(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애를 쓰는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여전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금융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금융 관련 우발채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다수 증권사는 내년까지는 부동산 시장이 양호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태평한 모습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국내 25개 증권사의 지급보증과 매입보장약정 등을 합친 우발채무 규모는 25조1천억원으로 1년 사이 2조5천억원 이상 증가했다.

증권사의 우발채무는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PF 대출의 보증을 선 뒤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유동성 공여와 증권사가 직접 PF 보증에 나서는 신용 공여로 나뉜다. 신용 공여의 수수료가 더 높아 증권사들의 영업 방향도 위험도가 좀 더 높은 신용 공여 쪽으로 다소 치우쳤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며 증권가 PF 부서도 호황을 누렸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며 인센티브 잔치도 벌어졌다.

그러나 신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금리 상승 등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냉각으로 미분양이 속출하면 증권사가 대규모 부실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증권사들은 태평한 모습이다. 지난 분기에도 NH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대규모 PF 딜에 나섰다. 주요 증권사들이 굵직한 딜에 이름을 올리며 2분기 IB 수수료 수익 내에서 부동산 PF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다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증권사 리스크 담당자는 "부동산 규제의 정도가 약하고 분양률도 아직 좋아 내년까지는 괜찮을 것으로 본다"며 "우발부채에 대한 우려도 서울 밖 일부 지역에 해당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순위 위주로 딜을 진행하고 나름대로는 관리 기준이 타이트해진 측면은 있다"며 "오피스텔 PF 등은 줄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일각의 우발채무와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생각"이라며 "철저한 리스크 심사에 나서고 있으며 선순위 위주로 투자에 나서 손실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딜이 많아 중순위, 후순위 투자자들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도 더해졌다.

실제로 평창 올림피안힐즈 부동산 PF의 경우 미분양으로 부실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선순위 채권자였던 메리츠는 대출금을 전액 회수했고 후순위로 참여한 HMC투자증권(現 현대차투자증권)만이 100억원의 확정채무가 발생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본력 늘린 대형사는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을 방어해야 하고, 중소형사들은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PF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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