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에 육박하면서 이를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티시스의 조지프 라보르그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리세션(경기침체)은 두 가지가 선행됐다"며 "수익률 역전과 석유와 휘발유 가격 상승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미 국채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소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휘발유 가격 상승 역시 경기 부진의 또 다른 신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2.96달러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의 휘발유 가격은 각각 3.63달러, 3.39달러로 이미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이번 주 9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86달러로 집계됐다.

애널리스트들은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5달러나 혹은 4달러를 터치할 경우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소비 지출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 미국 소비자들이 유가 상승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 항공사들이 이미 티켓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했고, 원유 상승과 제조업 비용 증가로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추세가 지속할 경우 소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미국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라보르그나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침체를 경계하고 있다"라며 "긴축 통화정책과 함께 에너지 가격 상승이 동반될 경우 이는 미국 가계에 좋은 변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유가 상승을 우려하며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향해 유가를 낮추라고 공격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를 낮추려고 애쓸 것이라면서도 트럼프의 트윗이 그다지 효과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2008년 고점인 갤런당 4.11달러보다는 여전히 낮으며, 유가 상승만으로는 침체가 오진 않는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 유가 상승은 경기 활황에 따른 수요 증가 때문이라기보다 공급 차질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는 부진한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유가 상승은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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