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홍경표 기자 =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우리나라에서 잇따라 철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기금들은 외국계 운용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철수한다면 운용의 안정성과 신뢰성에서 타격을 입어, 본사가 해외 위탁운용사 선정에 참여할 때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이 삼성자산운용에 영업권과 운용자산 등을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행보가 한국 철수의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JP모간자산운용도 한국 사업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델리티자산운용도 국내 운용팀을 철수하고 최소한의 세일즈 인력만 남겨둘 것이라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돌았다.

지난 2012년에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처럼 외국계 운용사들의 철수설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국내 증시가 최근 몇 년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운용사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공모펀드 시장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5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고, JP모간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도 최근 1년간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연기금들은 외국계 운용사가 국내에서 철수하게 되면 위탁운용사 선정에서 제외하는 등 불이익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기금들은 국내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할 때 위탁운용사를 뽑아 자금을 출자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철수한 운용사에 국내 주식·채권 투자를 계속해서 맡길 수는 없고 위탁사를 교체하는 절차를 밟는다.

지난 1분기 말 국민연금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 중 하나로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 선정된 바 있는데,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 한국을 떠나면 국민연금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철수한 외국계 운용사의 본사가 연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 참여할 때 페널티까지 받을 수 있다. 사업과 인력의 안정성 등을 연기금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시 사업과 회사, 인력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한국 및 공단에 대한 기여도, 지식전수 잠재력 등을 평가한다.

사학연금도 해외 위탁운용사를 뽑을 때 재무안정성, 신뢰도, 위탁자산의 관리·운용능력 및 지식공유 및 서비스 등을 평가한다. 한국을 등진 외국계 운용사가 높은 점수를 얻기는 힘든 구조다.

A 연기금 자산운용본부장(CIO)은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회사의 존속 가능성 등 거버넌스 이슈다"며 "한국에서 철수하는 운용사에 자금 집행을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기금들이 운용사들의 한국 철수 소식에 우려하고 있다"며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B 연기금 CIO는 "외국계 운용사를 선정했는데 한국을 떠나버리면 다른 운용사로 바꾸는 절차를 밟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돈을 맡긴 연기금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럽다"고 언급했다.

C 연기금 CIO은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등에서는 한국을 떠난 증권사나 운용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에서 철수하면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kph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