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재감리를 요구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데 따라 금감원이 어떤 대응책을 가지고 나올지 주목된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선위의 추가 요구에 대해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요청했던 수정안 제출을 금감원이 거부하면서 금융위는 법적인 근거를 들며 새로운 감리를 '명령'했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전일 긴급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한 것에 대해 "이것은 명령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법령상 권한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거부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강한 어조로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증선위는 원안을 가지고는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며 "감독원이 이미 감리를 한 내용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감리에 대한 것은 외부감사법령상 감리 주체이고 권한을 가진 증선위의 엄정한 요구이고 명령이다"며 "감리 집행 기관(금감원)의 신속하고 성실한 집행을 당연히 기대한다"고도 했다.

금감원이 증선위 논의 과정에서 있었던 감리조치안 수정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뜻을 나타낸 데 따라 금융위도 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재감리 명령이라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번주 기자간담회를 통해 원안 고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배력 변경 판단이 회사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고의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증선위는 금감원이 2015년 회계처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을 지적하면서 둘 중 어느 방법이 맞는지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목했다.

관계회사로 보는 것이 회계 처리상 올바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오히려 2015년의 조치는 이전의 잘못된 회계처리를 제대로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가 들어있는 것이다.

금감원이 이전 회계처리 관련 조치안을 가지고 온다면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고의성이 있다'는 논리는 힘을 잃을 수 있다. 이전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해 '과실' 혹은 '중과실'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증선위가 전일 공시 누락 부분에 대한 일부 판단을 내렸지만 향후 지배력 판단에 대한 심의가 다시 진행될 경우 조치 수준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공시 누락 부분과 지배권 부분을 함께 논의했을 때와 따로 논의했을 때 조치 수준이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이는 두 번째 안건을 심의할 때 가중하거나 경감하는 방법으로 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위의 초강수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지 관심사다"며 "일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 위기를 넘겼지만, 금감원의 대응에 따라 이는 달라질 수 있어 투자자들도 금감원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이 2015년 회계처리에 고의성을 입증할 강력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ssh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