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금융통화위원회의 소수의견을 금리 인상의 시그널로 볼 수 없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채권시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소수의견을 차기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상 신호로 해석하는 암묵적인 관행을 이 총재가 스스로 부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1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어디까지나 금통위의 결정은 현 수준 유지고, 한 분이 소수의견을 냈다"며 "이것을 금통위의 공식적인 (금리) 인상 시그널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수의견을 낸 사람은 이일형 금통위원이다. 이 위원은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소수의견을 시그널로 보기 어렵다는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한 채권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소수의견이냐 만장일치냐 여부는 지금까지 시장에 시그널로 작용했다"며 "갑자기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공식 시그널은 어디서 확인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공식 시그널이 아니라면 비공식 채널로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한은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금통위 의사록의 소수의견을 한은 총재가 사실상 비공식으로 대우한 점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 위원의 매파적인 의견이 있었지만 만장일치 동결 결정을 내렸던 5월 금통위와 달리 7월 금통위 의사록에는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공식적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소수의견이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면 소수의견을 낼 필요가 없다"며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에 소수의견을 제시한 이일형 위원은 한국은행 총재의 추천을 받은 금통위원이며, 작년 금리 인상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일형 위원은 작년 10월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냈고, 한은은 한 달 뒤인 11월에 기준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작년에도 소수의견을 냈는데 이를 총재의 '복심'으로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런 식의 소통 방식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총재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현재 대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함부로 긴축 의사를 전달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률 하향 조정에 만장일치 동결까지 겹쳤다면 시장에 혼선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한은이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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