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외국환 거래은행 중심의 외환(FX)시장에 증권사들이 대약진 중이다.

고객 주문(플로우)이 거의 없고 은행과 크레디트 라인(신용 한도)이 부족한 치명적 단점에도 단타성 거래에 치중하며 거래량을 키우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의 증권사가 활발하게 FX 거래를 하고 있다.

일평균 80억 달러 수준인 달러-원 현물환(스팟)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10∼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두 곳의 증권사는 국내외 대형 은행 틈바구니에서 상반기 거래량이 10위권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래 거래량을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는 증권사들의 주된 수입원은 현물(스팟)과 선물 가격 차이를 이용한 재정거래(아비트리지)다.

금리 차이와 기간을 고려해 FX 스와프 포인트 이론가를 산출한 뒤, 선물 가격의 고평가 또는 저평가를 판단하는 식이다.

증권사들은 은행보다도 많은 FX 딜러를 두고 1∼10전(錢) 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 일종의 박리다매다.

선물 중개 인가를 받아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는 거래 수수료가 은행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해 현·선물 거래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현·선물 재정거래는 결국 선물환과 현물환 차이를 의미하는 FX 스와프 거래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100만 달러 단위의 소규모 거래가 계속되면 대규모로 거래되는 FX 스와프 시장처럼 포지션이 쌓이기도 한다.

향후 FX 스와프 시장을 찾아 포지션을 정리하거나, 하루하루 국내외 은행에서 가격을 받아 청산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선제로 FX 스와프로 헤지를 걸고 현·선물 거래에 나서는 경우도 빈번하다.

A 증권사 FX 딜러는 "이론가에서 10전만 벌어지면 거래한다"며 "헤지로 손익을 확정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포지션이 정리되기는 게 흔하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은행 라인 문제로 베스트 가격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선물을 사고판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는 최근 현·선물 거래에서 마(MAR. 시장평균환율) 거래로 방향을 틀었다.

현·선물 거래로 FX 시장에 이름을 날렸지만, 많은 증권사가 이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차익을 낼 기회가 줄었기 때문이다.

개장 전 마거래는 당일 시장평균환율을 기준으로 이뤄지며,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픽싱 물량과 수출입업체 주문, 시장참가자들의 프랍 포지션(자기자본 거래) 등으로 구성된다.

9시 전에 '마 마이너스(-) 5전 또는 -10전'으로 매수 주문(비드)을 내고, 장 마감 후 마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레벨에서 조금씩 매도하는 식이다.

어떤 은행은 10분 또는 30분씩 시차를 두고 분할 매도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곳은 개장 후 뒤늦게 나오는 마 주문(늦은 마)을 취하는 쪽을 선호하고 있었다.

B 증권사 딜러는 "일부는 약 10명의 딜러를 두고 현·선물 거래를 한다"며 "일부는 마거래, 다른 곳은 해외 투자 관련 그룹 물량이 많다"고 전했다.

C 증권사 딜러는 "플로우가 없어 은행에 한 참 뒤쳐진다"며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여러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증권사의 FX 딜러 성과급이 상당하다"며 "시장을 활성화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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