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13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8천억원이 넘는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엘리엇은 전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위법하게 개입해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중재통보 및 청구서면을 한국 정부에 송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엘리엇은 현재까지 합병으로 인한 손실액이 최소한 약 미화 7억7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7억7천만달러는 한화로 약 8천716억원에 달한다.

엘리엇은 지난 4월13일 비슷한 내용을 담은 중재의향서를 우리 정부에 보낸 바 있다. ISD는 중재의향서를 접수하고 90일이 지나면 제기할 수 있다. 엘리엇은 중재 기간 90일이 끝나자마자 소송을 제기했다.

 





엘리엇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3개월 전 중재의향서에 적은 액수보다 1억 달러 늘어났다.

엘리엇은 "대한민국 내에서의 형사소추과정과 다른 절차들에서 전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희생시켜가며 삼성 총수일가를 지원한 것과 연관돼 있다"며 "삼성과 이재용으로부터 상당한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비리사건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뿐만 아니라 삼성 고위임원들과 전 보건복지부장관,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형사재판과 유죄선고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대한민국 정부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거 자신의 투자 협정상 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고, 향후 그러한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한다"며 "더 이상 투자자들을 희생시켜가며 재벌가들의 방패 역할을 하지 않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투자 협정상 의무를 준수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끝으로 엘리엇은 "합의를 통해 본 사안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그러한 해결에 이르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을 대변해 그 권리를 단호히 행사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msbyu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