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외국인이 최근 국내 주식을 팔면서 채권을 사들인 것은 고점 도달 후 조정을 받는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으로 다른 신흥국 대비 투자 매력이 높아진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수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110조6천억원의 국내 채권을 보유했다.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채권 7조7천890억원을 순매수해 총 2조610억원을 순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순투자는 순매수 규모에서 만기상환 등을 제외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에서 1조2천억원이 유입됐다.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도 각각 9천억원과 5천억원이 들어왔다.

외국인은 특히 국채에 3조3천억원을 순투자했다. 채권 기간별로는 1~5년물에 3조2천억원의 자금이 투자됐다.

다만,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596조9천억원으로 전달 대비 7천150억원 감소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2천억원을 순매도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에서 1조8천억원을 팔았다. 미국과 중동에서도 1천억원과 300억원이 빠져나갔다.

외국인은 지난 4월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로 전환한 이후 5월과 6월에도 매도 흐름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한 것은 최근 2년 이상 투자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익 실현 매물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는 지난 2016년 6월 말 1,890선에서 움직였지만, 올해 초에는 2,600선까지 상승세를 나타냈다. 코스피가 고점을 찍은 이후 조정을 받자 이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주 코스피는 2,310.90에서 마감했다.

반면, 채권의 경우 최근 몇 달 동안 꾸준히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올해 상반기 남북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완화된 것 등이 채권 매수세를 부추겼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채권의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다른 신흥국 대비 디폴트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해 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식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신흥국 증시 위험 등으로 2년 이상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익 실현성 매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는 외국인의 주식 투자가 줄고 채권 투자가 늘었지만, 하반기에는 미중 무역전쟁 악재가 점차 완화하면서 증시에도 다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전쟁 악재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증시는 반등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유로존 경기 개선세가 상대적으로 강해 유로화 강세 및 위안화 안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안정은 원화 안정을 의미하며 이는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는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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