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역대 두 번째로 긴 10년째 이어진 미국의 경기 확장은 언제 끝날 것인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 시각) 미국은 재정상태가 안 좋은 데다 통화정책을 쓸 여력도 작다며 또 달러 강세와 무역장벽 탓에 27년째 지속 중인 호주와 같은 장기 호황은 힘들다고 결론지었다.



◇ 미 경기 10년 확장 vs 호주 27년째



미국은 1854년 이후 총 34번의 경기 확장기를 경험했다. 짧게는 10개월에서 길게는 120개월까지였으며, 현재 10년째 이어진 경기 확장기는 1990년대의 한번을 제외하고는 가장 긴 수준이다.

역사적 기준으로 미국의 경기 확장은 머지않아 끝날 전망이다.

하지만 호주는 현재 27년째 경기 확장을 경험 중이다. 1990년대 아시아 경제 위기뿐 아니라 2000년대의 세계 금융위기, 2010년대의 핵심 상품 가격 급등기를 모두 경험했다.

저널은 호주의 사례는 현명한 정책 결정, 일부 행운 등이 뒤따른 결과이지만 '경기 확장은 사전에 정해진 시간표가 없다'는 교훈을 미국과 세계 여러 곳에 준다고 지적했다.







<그림 설명 : 호주 GDP 추이>



◇ 호주 경기 확장 어떻게 늘어났나



국제통화기금(IM)에 따르면 호주는 1994년 국내총생산(GDP)의 32%이던 총 정부 부채를 2007년 10% 이하로 떨어뜨렸다. 이에 대해, 저널은 호주 정부가 호황기에 효과적으로 재정을 끌어모으고 비축해서, 경기가 나빠지는 시기를 대비할 여력을 남겨뒀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호주는 세율을 인하하고 지출을 늘렸다. 호주 재무부 추정에 따르면 당시 호주 GDP의 1.6%에 달하는 700억 호주달러(520억 미국 달러) 규모의 재정이 투입됐다.

호주 JP모건 체이스의 벤 자만 경제학자는 당시 부양책은 경기 하강이 심해지지 않고, 해고도 멈춰질 것이라는 확신을 경제주체들에 주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자만은 "기업은 경기 하강이 지속한다고 믿지 않았다"며 "이는 실업의 충격을 완화했고, 가계에 대한 소득 조정을 원활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호주 실업률은 애초 1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로는 6% 아래에서 정점을 찍었다.



◇ 재정 여력 확충과 중앙은행의 올바른 금리 정책



미국도 지금 세율 인하와 지출 확대라는 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실업률이 낮은 상황이어서, 이런 정책은 경기를 과열시키고, 국가 부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경기 침체 시에 쓸 재정 여력이 더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경제학자는 이는 "호주가 장기 경기 확장을 지속하는 주요 교훈 중 하나와는 정반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중앙은행도 경기 확장에 완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앙은행은 2008년 9월과 2009년 4월 사이에 기준금리를 3%로 4.25%포인트 낮춰, 대출과 지출, 투자를 뒷받침했다. 호주 중앙은행이 이같이 금리를 대폭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시점부터 6년간 기준금리를 인상한 덕분이었다.

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사울 이슬라케 호주 담당 경제학자는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오랜 기간 너무 낮추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은 거의 유일한 선진국 은행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림 설명 : 호주(빨강)과 미국(파랑) 기준금리 추이>



◇ 금융분야 안정성과 무역 흑자도 관건



전 호주 중앙은행의 이사였던 존 에드워즈 경제학자는 "호주와 미국 양쪽 경제에 대한 교훈은 금융 분야를 조심스럽게 규제하고, 거품을 방지하고, 금융 안정성을 중앙은행의 목표 중 하나로 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지금 단기 금리를 인상하지만, 기준금리는 여전히 2% 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 이는 새로운 하강기에 접어들었을 때 경기를 부양할 여력을 작게 한다.

무역도 또 다른 호주 경기 확장기의 주역이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호주 달러화는 40% 절하됐고, 1990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때도 작은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호주의 수출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미국 달러 가치는 경기 전환기 미국에 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달러는 전형적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 안전 통화로 인식돼,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때문이다. 달러는 위기 때 약해지기보다는 강해졌다.

게다가 중국과 호주는 미국이 흉내 낼 수 없는 탄탄한 경제 관계를 갖고 있다. 호주는 중국에 대해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무역 흑자국이다. 이 중 대부분은 광물 수출 덕분이지만 호주로 중국 관광객과 유학생 유입도 한몫한다.

중국과 호주는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과 나머지 세계에 무역장벽을 쌓고 있다.

결국, 저널은 양국의 정책 차이는 미국의 경기 확장이 호주만큼 길어지기 어려울 가능성을 매우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호주도 자체적인 경기 확장 역풍 맞이해



다만, 호주도 자체적으로 경기 확장기가 끝날 수 있는 장애물들을 만나고 있다.

침체 없는 27년간의 경기 확장은 호주의 주택 가격을 끌어올렸고, 이는 가계 부채를 소득의 200%까지 높였다.

호주 중앙은행은 현재 이 상태를 앞으로 경제 전망에 가장 큰 위험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재정여건도 바꿨다.

호주의 연방 재정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적자 상태이며, 적자 폭이 늘어나고 있다.

저널은 호주의 적자 수준은 미국만큼 높지 않지만, 호주 정부가 다음 경기 하강기에 과거만큼 적극적으로 싸우지는 못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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