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저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상당 부분 변화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고성장기에 전국에 걸쳐 골고루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저성장기에는 달라진다.

일본을 보면 이 변화가 잘 드러난다. 일본의 부동산 시장의 모습은 삼극화로 요약된다. 동경 핵심지역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고 동경의 기타지역과 지방거점 지역 부동산 가격은 완만한 상승을 보이거나 유지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지방 기타지역의 경우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부동산 시장도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과 상당 부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강남으로 대표되는 핵심지역(A) 부동산은 계속 오르고, 서울이나 수도권의 일반지역 부동산(B)은 완만한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일부 지방(C)의 경우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우리 부동산 시장도 삼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럴수록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매우 세심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국토부 장관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는 신호를 보낸 적이 있다. 일부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로 B 지역과 C 지역 부동산이 매물로 나왔다. A 지역 부동산은 그대로 보유하거나 혹은 B와 C 지역의 부동산을 팔고 A 지역 부동산을 오히려 사들이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A 지역은 더 오르고 B와 C 지역은 유지되거나 하락하기까지 했다. A 지역 부동산에 대해 '똘똘한 한 채'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최근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재정개혁이라고는 하지만 보유세 인상만을 목표로 한 개편안으로 보일 정도이다. 종부세의 누진성을 더욱 강화했고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세율을 0.3%포인트(p)씩 더 올리는 징벌적 세율을 부과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논할 때 흔히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가 낮다고 지적을 많이 한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 관련 세금의 경우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에 해당한다. 양도세의 경우 GDP 대비 비중이 OECD 2위 수준이다. 거래세와 보유세를 합친 부동산 관련 세금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ECD 중간쯤 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부동산 관련 세금이 그리 낮지만은 않다는 점도 간과되면 안 된다. 보유세를 높이려면 거래세를 낮추는 조치가 필요한데 금번 개편안은 이러한 부분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는 부동산 보유세를 지방세로 징수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필요한 세금을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 집값에 비례해서 걷는 것이다. 영국의 보유세인 카운슬 택스의 경우 해당 소유자가 아닌 거주자가 납부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세금을 거두어 그 지역에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재산세는 지방세로 종부세는 국세로 이원화시켜서 징수하고 있다. 종부세와 비슷한 세금은 프랑스에서 시행하는 부동산 관련 부유세 정도밖에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종부세는 일반적이지 않은 세제이다.

지난 3년 여정도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세율이나 과표구간을 그대로 두어도 종부세수는 상승하게 되어 있다. 세제 개편이 없어도 세수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번 개편하는 세율을 인상함으로써 세수증가를 가속했다. 이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내년 12월 납부 종부세수는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 우리 경제가 서서히 경기둔화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증세는 거시적으로 보면 긴축정책이다. 긴축정책은 경제가 과열될 때 시행해야 한다. 경제가 안 좋아지는데 긴축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재산세와 공시지가까지 손을 보겠다는 방침인데 이 경우 부동산 관련 세금은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증세정책이 경기둔화 시점에서 시행된다는 점에서 정책타이밍이 매우 안 좋다.

또한, 이번 종부세 인상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삼극화 현상을 부추길 여지도 있다. 1주택자는 9억 원을 뺀 과표에 대해 종부세를 내고 2주택 이상은 6억 원만을 뺀 과표에 대해 세금을 낸다. 이 경우 '똘똘한 한 채'가 정답일 수 있다. 다주택자들이 이제 B나 C 지역의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고 A 지역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추가 매입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B와 C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A 지역 부동산 가격은 더욱 상승하는 현상이 심화할 수가 있다. 이 경우 B나 C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한 경제주체들은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들이 종부세 납부대상은 아닐지 모르지만, 종부세 개편의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향후 재산세 개편이 검토되겠지만, 부동산 보유자 일부만이 납세하는 종부세보다는 부동산 보유자 전부가 납부하는 재산세를 더욱 강화하면서 종부세 비중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국민개세의 원칙을 지키면서 보유세를 적정화하는 정책으로 판단된다.

재정개혁위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을 현행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낮추는 개편안도 발표했는데 정부는 이를 세제 개편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예금을 줄여야 하는데 이 경우 예금이자수입을 줄이기 위해 인출된 자금은 월세를 챙길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부동산 시장에 추가 자금이 몰릴 수 있고 일부 부동산 가격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조치는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은 우리 가계 자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부동산이 가계대출의 담보로 제공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도 문제지만 떨어져도 상당한 문제가 생긴다. 금번 종부세 개편은 조세 정책이기는 하지만 이와 동시에 부동산 정책이고 거시경제정책이다. 조세 정책으로서는 몰라도 부동산 정책으로서, 그리고 거시경제정책으로서 금번 종부세 개편안은 내용이나 타이밍이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면에서 향후 추가적인 논의와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前 한국금융연구원장)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