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고령화와 경제 성숙화 등으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 일로에 섰다.

금융권은 14일 성장 잠재력이 줄면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더라도 경기 과열 국면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일 '2017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8~2.9%를 나타낼 것으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은 중장기적으로 노동, 자본을 투입해서 물가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즉, 우리나라가 별다른 부작용 없이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체력을 말한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 초반에는 5% 안팎이었으나 이후 15년 가까이 3%대에 머물렀고, 지난해부터는 3%를 밑돌았다.

성장세 역시 잠재성장률에 못미치면서 GDP갭률도 소폭의 마이너스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GDP갭 높아도 물가상승률 안나올 수도

잠재성장률은 점점 하락추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정'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은 최근 경제성장률이 2%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요소생산성이 하락하고, 자본축적이 기조적으로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점점 둔화되고, 이미 고도성장 과정에서 쌓아놓은 물적 자본이 너무 많아 새로운 투자가 더 일어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인구고령화 마저 급격히 진행되면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노동공급 요인의 잠재성장률 하방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한은은 강조했다.

한은은 "중장기적 시계에서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포괄적인 대책을 시행하는 한편, 경제부문별 불균형을 완화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잠재성장률이 하락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실제성장률이 이를 웃돌더라도 경기과열이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실제 성장률이 계속 오르면 잠재성장률도 보통은 따라 올라가기도 하는데 이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실제 성장률이 빠르게 올라서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되고,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금리를 올리는 등 대응에 나서겠지만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그렇게 안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경우는 경기과열이라고 보기 어렵고, 뉴노멀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경기회복세가 상당히 뚜렷해진다면 GDP갭이 해소되는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면서도 "통화정책은 현재의 물가 상황보다는 미래 물가 상황을 보고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GDP갭 플러스, 마이너스보다 확장, 축소 국면이 중요

GDP갭률이 수년간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 체질이 약해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잠재성장률에 실제성장률이 못미치는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한은 관계자는 "GDP갭률의 마이너스, 플러스의 절대적 크기보다 흐름을 봐야 한다"며 "GDP갭의 폭이 확장되는 국면이냐, 축소되는 국면이냐를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경제성장률을 높게 유지하기 어렵고, 점차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라며 "초기에는 급성장하겠지만 어느 정도 성숙화되면 성장률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GDP갭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고, 경기 과열 국면이 되려면 실제 성장률이 3.0~3.1% 수준의 가파른 속도를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도 잠재성장률 수준에 그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의견도 있다.

김진평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은 7월 경제전망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2.8%로 0.2%포인트 상향조정했고, 2019년은 2.9%로 유지했는데 이는 2016년 이후 3년 연속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제성장을 전망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