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윤구 기자 = 금융감독원이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해 금융회사 내부자 신고 대상을 확대하려 하자 금융협회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모든 행위를 고발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협회는 금융사고로 한정 지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주 '내부자신고제도 모범규준 테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열고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 관계자들과 내부자신고 대상에 대해 논의했지만, 진전 없이 견해차만 확인했다.

금감원은 각 협회에 16일까지 건의사항을 제출토록 했으나 금융협회는 기존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자신고제는 기관의 문제점을 내부자가 최고경영자(CEO)나 금융협회, 금감원 등에 직접 고발하는 것으로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와 소비자 보호의 일환이다.

윤석헌 원장은 지난 9일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내부자신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모범규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이르면 내달 중 모범규준을 제정해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은행연합회와 금투협회를 중심으로 대상 선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내부자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사고뿐 아니라 횡령·사기·금품수수·배임 등 범죄 혐의, 채용비리·대출금리 부당 산정과 같은 부당한 업무 행위 또는 지시, 금융회사의 공신력을 크게 훼손한 경우나 성폭행·성희롱과 같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모든 부문에 대해 내부자가 고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 배당 사고나 은행권 채용비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 등 최근 금융권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사고들이 내부통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내부자신고제 실효성을 위해서는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채용비리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우리은행의 경우도 결국 내부자 고발로 이뤄진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실망감을 줬음에도 여전히 불평만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금융협회도 할 말은 많다.

내부자신고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고 범위가 너무 넓고 미신고시 주어지는 불이익도 상당해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향후 당국의 과잉 감독이나 검사 빌미를 줄 수 있는 여지도 많다.

금융협회 관계자는 "내부자신고를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금융사의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금감원에 다 보고해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실효성에도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조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진해서 신고하는 것과 의무가 되는 것의 차이가 너무 크다"면서 "지난해 시행된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이미 운영 중인 상황에서 굳이 또 모범규준을 만들려는 것은 금융회사들을 옥죄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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