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감독당국의 허락을 받지 못해 헤어질 수도, 만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국제 커플'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계와 외국계가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일부 자산운용사들의 얘기다.

1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당초 8월1일 합병 예정이던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의 합병 날짜가 잠정 연기됐다.

템플턴운용의 뱅크론 펀드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이에 합병일자가 '미정'으로 바뀌었지만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합병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27일 열린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찬성률은 100%에 달할 정도로 합병의지가 강하다.

이번 합병이 성공할 경우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주식회사는 소멸법인으로 흡수합병된다.

이들 회사는 합병을 통해 합작투자법인(Joint Venture)을 설립한다며, 합병비율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1,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회사가 0.2336696이 될 것이라고 공시했다.

하나유비에스자산운용도 올해 지배구조변경을 앞두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다.

하지만 하나금융투자와 UBS는 헤어지려해도 아직 헤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18일 열린 이사회에서 회사의 2대주주인 하나금융투자가 최대주주인 UBS AG가 보유한 회사지분 51% 모두를 취득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승인한 바 있다.

스위스계 금융회사인 UBS가 지난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서울지점을 철수하면서 하나UBS자산운용 지분도 매각하려 했으나 녹록지 않았다.

UBS 서울지점은 2016년부터 증권부문만 남기고 은행 철수를 시작했고, 이후 트레이딩 데스크와 리스크관리 부문은 모두 정리했다.

특히 은행 쪽은 기존 보유계약을 다른 곳으로 넘기는 노베이션(novation) 절차도 마친 상태다. 현재 청산대리인만 남아있다.

자산운용 쪽도 지분을 정리하려 하지만 하나금융투자의 UBS 지분 취득은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관계로 여전히 손을 잡고 있는 상태다.

현재 임원 중 레네부엘만 UBS자산운용 아태지역대표의 비상임 사외이사 임기는 2020년 7월17일까지다.

물론 한국계-외국계의 자산운용사 협력 관계가 이처럼 내홍만 겪는 것은 아니다.

신한-BNP파리바와 NH-아문디의 경우 탄탄한 파트너십으로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신한금융지주가 65%의 지분률을 갖고, BNP파리바에셋매니지먼트홀딩스(BNP PAM)는 35%의 지분을 소유중이다.

지난해 운용을 시작한 타깃데이트펀드(TDF)의 경우 BNP파리바그룹 산하 자산배분전문 계열사인 MAQS의 자문을 얻어 투자 지역을 선정하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농협금융지주가 70%, 프랑스계인 아문디에셋매니지먼트(Amundi Asset Management)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문디는 NH에 해외 채권 직접투자, 해외 펀드 자문 포트폴리오(EMP)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해외대체투자 분야에서도 두 회사 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계-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합작관계가 이미 깨진 사례도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우리자산운용과 크레디트스위스(CS)가 합작을 파기했다.

당시 CS는 우리금융지주에 공문을 보내 우리CS운용 지분을 공정시장가격으로 인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2014년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증권이 인수했다.

국내 투자비중을 줄이고 있는 외국계금융기관과 손을 잡은 자산운용사라면 감독당국의 벽을 넘기가 더욱 쉽지 않다.

2016년부터 골드만삭스,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바클레이스 등 굵직한 금융기관이 국내에서 은행 지점을 철수한 바 있어 당국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국내 지점을 축소하거나 인력을 줄이면서 자산운용업계 특유의 이런 협력관계도 흔들리고 있다"며 "특히 UBS의 경우 빨리 국내에서 발을 빼고 싶어 하지만 감독당국이 허락하지 않아 정리만 계속 하고 있고, 템플턴 역시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합병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한국계와 외국계가 짝을 이룬 협력관계는 해외 진출이나 국내 영업에 용이한 점도 있지만 오히려 협력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고 평가했다.(정선영 최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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