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의 변화" vs "알고리즘 거래탓"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국제유가가 이날 4% 이상 폭락하면서 원유시장을 움직여왔던 동력의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동력은 작년과 최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작년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계속된 증산에도 베네수엘라 등의 수출 감소와 탄탄한 글로벌 성장세로 오름세를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올해 13%, 브렌트유는 7% 이상 올랐다.

하지만 유가 급등으로 OPEC과 주요 산유국들이 7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 증산에 합의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회원국에 유가를 낮추라고 압박하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란에 대한 미국 제재 수위도 유가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부상했고, 미국은 전략 비축유 방출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계속된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점은 작년과는 확연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국제유가가 4% 이상 급락한 데는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주목할 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직전에 낙폭이 커진 점이다.

유가는 아시아 시장부터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예외 인정 가능성과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이 제기되며 하락 압력을 받아왔다.

여기에 트럼프와 푸틴의 만남을 앞두고 러시아의 산유량 증산이 당초 합의한 규모를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이러한 요인이 유가 급락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러시아에 증산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트레이더들은 이러한 요인이 유가 급락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술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지난 11일에도 유가는 5%가량 급락했다. 당시 낙폭은 1여 년 만에 가장 컸다. 당시 낙폭의 원인은 리비아의 수출 재개 소식이었다.

같은 날 미 에너지정보청은 6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재고가 1천263만 배럴 줄어 2016년 9월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이러한 뉴스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격한 움직임은 시장이 전보다 투기적 움직임에 더 취약해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유가가 5% 급락하기 이전에 헤지펀드 및 투기적 투자자들의 원유 매수 베팅이 매도 배팅을 24대1로 웃돌았다. 이는 역대 최고 비율에 근접한 것이다.

이날 유가 낙폭이 확대된 것도 WTI 가격이 50일 이동평균선인 약 69.50달러를 하향돌파했기 때문이다. 현재 트레이더들은 유가가 100일 이평선인 67달러를 테스트할지를 주시하고 있다.

엑셀 퓨처스의 마크 웨그너 사장은 "기술적 지표가 허물어지는 동시에 펀더멘털도 허물어지고 있다"며 7월 중순부터 9월까지는 통상 원유 수요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브릿지톤 리서치 그룹의 피터 한 공동창립자는 펀더멘털 트레이더들이 유가 하락을 점화했지만, 개장 하락은 추세 알고리즘 전략이 매도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트레이더들은 알고리즘 거래가 유동성이 좋고 변동성이 큰 근월 선물에서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최근월물 계약의 극단적인 움직임은 펀더멘털의 변화보다는 단기 변동성을 설명하는 근거라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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