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미국 달러화가 무역 전쟁 속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이유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17일 미 경제에 악영향이 자명하지만, 통화정책 차이와 유럽의 정치적 불안, 재정 정책을 통한 미국의 경기 호조 등이 어우러지면서 여름 동안은 미 달러가 다른 통화에 대해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진단했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비라즈 파텔 분석가는 결국 "달러 강세는 시장의 선호와 미 경기 호조 덕분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무역 전쟁이 심화한다면 현재 달러 강세가 뒤집힐 여지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통화정책 다이버전스

대표적으로 유로화는 달러의 최근 강세를 잘 설명해주는 통화다.

유로화는 지난달 14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보다 비둘기적인 통화정책 경로를 내놓으면서 달러화에 0.7% 내렸다. 이는 최근 2년 내 가장 큰 폭이다.

BNY 멜론의 마빈 로 선임 세계 시장 전략가는 "세계적으로 혼재된 경제지표가 나타나는 가운데 통화정책 정상화 관련한 다이버전스가 계속되고 있다"며 "미 경제는 선진국 중 가장 성장세가 좋은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가장 공격적으로 신용긴축에 나서고 있다. 이는 ECB와 대비된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이미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연준 내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는 올해 남은 기간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 유럽 정치 불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인 유럽에 대해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유로화에 대한 자신감을 흔들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즉각 늘리지 않으면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파운드화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맥을 못 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공개된 영국 대중지 '더 선'과 인터뷰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발표한 브렉시트 계획안과 관련, EU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그 시도가 어떤 것이든 간에 미국과 수익성이 있는 무역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영국 내에서 메이 총리의 입지를 약화했다.

BK 자산운용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매니징 디렉터는 "트럼프의 유럽 순방은 혼란스러움을 초래했고, 투자자들을 달러로 몰리게 했다"며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무역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공포도 시장에 느끼게 했다"고 설명했다.



◇ 달러 강세 뒤집힐 가능성-1

그러나 달러 강세가 나쁜 선택지이고, 무역 긴장 고조 시 빠르게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파텔 분석가는 "달러 선호가 부적절한 결론으로 끝날 수 있다는 많은 경고가 있다"며 "미 경제가 세계 무역 전쟁에 면역성이 없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동의할 경우에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파텔은 "현재 단기적으로 상당히 눈 높이가 높아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시모나 모쿠타 선임 경제학자도 "장기적으로 무역 문제는 트럼프의 세제개편 효과를 약화할 것"이라며 또 소비심리와 경제성장률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쿠타는 "무역 갈등이 경기 호조를 만든 재정 정책의 모든 좋은 효과들을 정상 경로에서 이탈하게 할 수 있으므로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 달러 강세 뒤집힐 가능성-2

또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최근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빠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달러에 부정적 요인이다.

특히 미 국채 수익률곡선이 평탄해지면서 역전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익률 곡선의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장기 경기 확장기가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장 투자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달러가 더 강해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여름 동안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시장에서 내다보고 있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요인들이 스멀스멀 수면 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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