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디폴트·신용 문제 인식한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중국의 민간기업들이 정부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정책 여파로 '그림자 부채'(shadowy debt)의 덫에 빠지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CMP는 창업 신화를 일궈낸 저우지엔찬 금순송풍기(300411.SZ) 회장이 지난 1월 투신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는 중국 정부의 신용 억제 정책이 가져온 극단적인 결과라고 전했다.

SCMP는 은행 시스템을 통한 자본조달은 주로 지방 정부나 국유기업에 이뤄지고, 민간기업은 대체적인 자금조달 수단인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활용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 와중에 중국 정부가 그림자 금융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고, 민간기업이 고통을 안게 됐다는 것이 SCMP의 설명이다.

일부 민간기업들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주식을 대출의 담보로 활용하거나 고금리의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SCMP는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도 민간기업의 스트레스가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국채예탁결제기관(C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약 20개의 회사채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했고, 이는 총 142억 위안(약 2조3천82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동 타오 크레디트스위스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민간기업들의 디폴트 사례는 '소외된'(marginalized) 중국 민간기업이 자금조달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위 '소외당한' 기업은 최악의 성과를 보이거나 규모가 작은 회사가 아니다"라면서 "이 회사들은 레버리지 비중이 높고, 비은행 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을 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기업들이 보통 신용 위축 상황이 악화하면 가장 먼저 희생된다.

한편, SCMP는 최근 중국 당국이 민간기업의 디폴트 문제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국이 올해 들어 지급준비율(지준율·RRR)을 인하하고, 중장기 유동성 지원창구를 통해 채권 디폴트와 금융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쉬 지엔웨이 나티시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디레버리징 정책을 펼친 중국 정부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면서 "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레버리지가 아닌, 레버리지를 급격히 줄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래리 후 맥쿼리 이코노미스트도 이에 동의했다.

후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신용 성장과 신용 리스크의 잠재적 악순환이다"라면서 "신용 성장세 둔화는 신용 리스크를 높이고, 이는 다시 신용 성장세를 둔화시킨다"고 말했다.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신용을 억제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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