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정부가 18일 시장경제의 규율과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개혁'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이전보다 '기업 친화적'으로 바뀌면서 김 위원장의 재벌개혁이 힘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명 전후에 머무는 등 일자리 상황이 '쇼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서 변화 기류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열린 하반기 정책기조 점검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 애로사항을 청취해 해소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한 점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지난 9일에는 문 대통령이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혁신성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시장경제의 공정성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상조 위원장도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근 재벌개혁 기조가 다소 약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거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업정책 수장으로서 재계 관계자와 협의하는 것은 각각의 업무영역이 있으므로 당연한 일"이라며 "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세 개의 톱니바퀴가 같은 속도로 맞물려 돌아가야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와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경제를 한목소리로 강조함에 따라 김 위원장은 올 하반기 ▲대기업집단의 경제력집중과 일감몰아주기 규율 ▲하도급·유통·가맹·대리점 등 맞춤형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내용은 이날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공개됐다. 먼저 일감 몰아주기 규제(사익편취 규제)는 대대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내달 초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 초안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내달 중순에는 입법안을 마련한다.

앞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지난 6일 2차 공개토론회를 열고 현행 기준(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지난해 기준 203개에서 441개로 증가한다. 총수일가 지분 20~30%인 상장사 24개와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 214개가 새롭게 규제대상이 된다.

하도급·유통·가맹 등 맞춤형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도 올 하반기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17일부터 하도급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 하도급법에서는 중소 하도급업체가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이 대폭 확대된다. 또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원가정보 등 경영정보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자신과만 거래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여기에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16일 개정 하도급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개정 하도급법이 안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김 위원장은 "가맹점주 부담을 늘리는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할 것"이라며 "이미 외식업과 편의점 분야의 6개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가맹사업의 통일성 유지와 무관한 품목을 점주에게 구입하도록 강제한 행위 ▲광고·판촉비용 전가행위 ▲예상매출액에 관한 정보 등을 과장해 제공한 행위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친시장·친기업'으로 선회할 것이란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다"며 "하지만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시장경제의 공정성 강화' 내용을 빼먹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의 재벌개혁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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