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3년에도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일괄구제 제도를 적용, 약 80억 원의 보험금을 되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상속형(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한 일괄구제 적용 역시 과거부터 이어온 소비자 보호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윤석헌 원장이 감독 강화를 명목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3년 분조위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8가지 수술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점검해 미지급 보험금 80억 원(1만2천 건)을 추가지급을 하도록 지도했다.

그해 8월 보험업계는 분조위 조정 결과에 따라 유방재건술의 실손보험금 지급, 강풍에 의한 유리창 파손의 주택화재보험금 지급, 찜질방 내 사망건의 상해보험금 지급,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상해보험금 지급 등 6건을 일괄구제 대상으로 확정하고 과거 2년 내 같은 사례로 보험금을 받지 못한 사례를 찾아 보험금을 추가 지급했다.

금감원은 자동차 보험금을 청구할 때 다른 보험의 보장내역을 잘 몰라 누락한 부상치료비 등 장기보험금 916억 원(35만 건)도 일괄구제제도를 적용해 모두 찾아줬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도 일괄구제의 일환이라고 금감원은 소개했다. 이 캠페인은 중도보험금, 만기보험금, 휴면보험금, 미청구 사망보험금 등을 찾아주는 것으로 금감원은 전체 규모가 7조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일괄구제제도는 보험 관련 분쟁뿐 아니라 주요 소비자 피해 쟁점 사안에 대해서도 적용됐다.

금감원은 2014년 7월 동양사태 분쟁 처리에도 일괄구제를 적용했다. 동양사태는 2013년 동양그룹이 회사의 자금 위기를 숨기고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해 약 2만 명의 피해자를 낳은 사건으로, 금감원은 1만6천여 명, 3만5천754건에 대해 일괄구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2016년 '카드사의 불합리한 영업 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채무면제유예서비스(DCDS·Debt Cancellation and Debt Suspension)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고객에게 전원 환급조치 하도록 했고, 카드사들은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80만 명에게 약 420억 원을 돌려줬다.

DCDS는 카드사가 매월 회원으로부터 일정률의 수수료를 받고 회원이 사망하거나 아파서 채무를 갚지 못할 상황이 생겼을 때 채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텔레마케팅(TM)을 통해 주로 판매하면서 유료서비스라는 점과 수수료 금액, 보장범위 등을 설명하지 않아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었다.

최근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 방침도 같은 맥락으로, 삼성생명 등을 타깃으로 처음 도입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게 금감원의 주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 원장이 최근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에서 즉시연금에 일괄구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새로운 게 아니라 그동안의 금감원 기조를 이어가는 수준"이라며 "기존 입장을 뒤집어 분조위 결정을 거부하는 보험사는 약관 위반으로 제재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자살보험금, 즉시연금과 같이 법적 논쟁거리가 있는 사안에 일괄구제는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약관 부실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건데 여기에는 금감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서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보험사마다 약관도 다른데 한가지 사례를 가지고 판단한 분조위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감독 강화를 내세워 보험사 길들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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