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지난해까지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점포 무인화 실험이 올해 들어 은행권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영업점과 인력을 동시에 감축하는 효과는 물론 디지털 사업을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이다.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가 설치된 은행 영업점은 81곳에 달한다.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는 업계에서 디지털 키오스크로 더 많이 불린다.

입출금이나 계좌 이체 등 제한된 업무를 처리하는 기존 금융자동화기기(ATM)와 달리 예·적금 신규 가입과 카드 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90%를 수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2015년 신한은행이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이후 우리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이 차례로 이 기기를 영업점에 설치했다.

올해 3월 말 현재 디지털 키오스크 설치 영업점은 우리은행이 45곳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25곳), 부산은행(7곳), 대구은행(4곳) 순이다.

소수의 안내 직원을 두거나 상주 직원이 아예 없이 디지털 키오스크 중심으로 운영하는 무인점포도 늘어나는 추세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까지 각각 무인점포 2곳을 운영해왔고, 올해 들어 신규 무인점포를 1곳씩 늘렸다.

신한은행은 성동구에 있는 창업 지원 공간 '신한 두드림 스페이스'에 무인점포를 새롭게 마련했다. 앞으로도 무인점포를 증설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동작구 노들역 인근에 신규 무인점포를 오픈했다. 디지털 키오스크가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돕기 위해 직원 1명이 하루 4시간 정도 근무 중이다.

두 은행이 의욕적으로 점포 무인화에 나서자 경쟁사들도 비슷한 실험에 동참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여의도영업부 등 영업점 4곳에 '스마트 텔러 머신(STM)'을 설치했다. STM이 제공하는 업무는 다른 은행들이 앞서 도입한 디지털 키오스크와 유사하다.

IBK기업은행도 화상상담과 셀프뱅킹, 바이오인증이 가능한 '비디오 텔러 머신(VTM)'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1일부터 서교동지점을 '종이가 필요 없는 디지털 서비스 시범 점포'로 운영 중이다.

이 은행은 해당 지점에 고객 창구를 없애는 대신 직원들이 내방 고객에게 앱 설치와 사용법을 안내해주고 있다.

당초 지난달 22일까지 시범 운영을 하기로 했지만 고객의 반응과 개선사항을 추가로 점검하기 위해 운영 기간을 연장했다.

고객들에게는 별도 통보가 있을 때까지 시범 운영을 한다고 공지한 상태다.

이처럼 은행들이 무인점포 확대에 공을 들이는 것은 최근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영업점·인력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바이오 인증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디지털 사업의 보폭을 넓히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몇 년 앞서 키오스크 기반의 무인점포를 도입했다"며 "은행들의 디지털 사업 확장과 맞물려 무인점포 수는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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