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가운데 KT와 그룹사에서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KT 내에서는 연장 근무가 인정되지 않거나 아예 퇴근 시간을 출퇴근 시간 관리 프로그램에 입력할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KT는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로 회사에 케이콘(K-CON)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룹 임직원들이 여기에 접속해 근무 시간을 입력하도록 했다. 서버에 접속해 출근과 퇴근 버튼을 지문을 통해 입력해 총 근무 시간이 등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한 직원은 KT 노조 게시판에 "8시에 퇴근 지문을 찍든 7시에 찍든 왜 근로 가능 시간은 매일 8시간만 줄어드느냐"고 지적했다.

직원이 9시에 출근해 저녁 8시에 퇴근을 하더라도 출퇴근 입력시스템에는 9시부터 6시까지만 근무한 것으로 적용된단 얘기다. 사전에 초과 근무 신청을 해놓지 않으면 퇴근이 늦어지더라도 근무 시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계열사들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는 주장이다.

KT CS와 KT M&S의 경우 직원들의 출퇴근 시스템에 출근 시간 입력 버튼만 뒀다. KT CS는 KT그룹 자회사로 대형 유통사와 올레프라자 등에서의 상품판매, 114, 100번호 안내 등의 커스터머 서비스(CS) 사업을 하는 회사다. M&S는 KT의 직영대리점을 운영하며 통신 상품, 서비스를 판매한다.

KT CS나 M&S 직원들의 경우 고객 응대가 많은 만큼 초과 근무를 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전산 시스템상 퇴근 시간을 입력할 방법이 없어 하루 8시간만 근무하는 꼴이 되고 있다.

사측에서는 초과 근무를 하려면 사전에 부서장 결재까지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당일 중에 결재만 받으면 얼마든지 초과 근무를 해도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재 절차가 복잡하고 부서장까지 최소 2~3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장근로를 신청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KT 직원들의 전언이다.

또 4월부터 근무 시간 외에 사내 업무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고는 하나, 사이트 이외에 다른 PC 업무는 할 수 있어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자동으로 PC가 셧다운 된다고 하나, 회사 소프트웨어만 그렇고 문서 작업 등을 하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실제로는 초과 근무를 하는 경우가 잦다"며 "초과 근무를 사전에 승인받지 않으면 인정되지도 않아 사실상 52시간 근무제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주장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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