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이틀간에 걸친 의회 증언에서 강한 매파 색채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평가가 채권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예상보다 급격히 확대되지 않을 공산이 커졌지만, 외국인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파월 의장은 18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경기가 침체가 임박했다는 어떤 신호도 찾을 수 없다"며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보다는 낮은 인플레이션을 여전히 '조금 더(Slightly more)' 더 우려하고 있다"고 말해 물가 측면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하루 전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선 "현재 최선의 방향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19일 파월 의장이 의회에서 '연준이 올해 분기별로 한 차례씩, 총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톤으로 증언했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연준이 올해 하반기에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부 있었지만, 파월 의장의 점진적 금리 인상 발언으로 점도표에 나타난 대로 두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연준의 점도표는 올해 두 차례, 내년 세 차례, 2020년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을 공산이 커지면서 연내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75~100bp 수준까지만 확대될 공산이 커졌다.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총 네 차례 인상한다고 가정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역전 폭은 75bp,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역전 폭은 100bp가 된다.

증권사 딜러는 "파월 의장의 증언으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시장이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은 줄어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올해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100bp에 이르는 상황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며 "한은이 100bp까지 역전 폭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시장은 불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올해 미국과 금리 격차가) 최대 1%포인트(100bp) 날 수 있는데 이것은 상당히 큰 차이"라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크거나 장기화하면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도 한미 금리 역전 문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고승범 위원은 전일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외 신인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정책금리가 역전돼도 대규모 자본유출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 내외금리 차가 자본 유출입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국가 간 금리 변동은 자본 유출입에 영향을 주며, 실증적 연구결과도 여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딜러는 "그간 비둘기파로 분류돼 온 고승범 위원이 내외금리 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의미가 있다"며 "그의 발언은 금통위가 마냥 이 문제를 좌시하진 않을 것임을 알리는 시그널일 수 있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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