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5개社 현장조사…보상 규모에 은행 '예의주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제로 베이스'에서 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를 재조사하겠다고 밝힌 금융감독원이 피해기업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과에 따라 금융지원과 보상이 불가피한 은행들은 금감원의 재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키코 피해기업은 원글로벌미디어와 재영솔루텍, 일성하이스코, 동화산기, 그리고 남화통상 등 5곳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파는 파생금융 상품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들이닥치기 직전인 2007년 8월께 집중적으로 팔렸다.

이번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피해기업 5곳에 키코를 판매한 은행은 신한ㆍ우리ㆍ외환ㆍ하나ㆍ씨티ㆍSC제일ㆍKB국민은행 등 다수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분쟁조정국과 검사국 합동 전담반을 설치한 뒤 이달 초부터 이들 기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본격화했다.

최근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통해 사법당국의 판단을 받지 않은 키코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한 재조사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키코 사태와 관련해 전면적인 재조사가 어렵다고 언급해 온 금융당국의 입장과는 미묘한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표였다.

이를 두고 교수 시절부터 키코를 금융 사기로 정의해 온 윤석헌 금감원장의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실제로 윤 원장은 전일 열린 서울파이낸셜포럼에서도 키코에 대한 재조사 의지를 강조했다. 다수의 금융회사 관계자가 참석한 자리에서 꺼내기 다소 민감한 주제였음에도 '제로베이스'에서의 재조사 추진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은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기업과 은행 간 입장 조율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미 2013년 대법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은행이 이를 쉽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조사결과를 내려 한다"며 "다만 조정안에 대한 은행의 수용 여부에 따라 분쟁조정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간 키코 상품에 가입한 기업 919곳 중 소송을 진행한 곳은 140곳. 770여 개 기업은 사법당국의 판단을 받지 않았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외국은 키코 손실액에 대해 100% 보상한 사례도 있고 과거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5곳의 피해기업 재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로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도 일단은 금감원의 재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윤 원장의 제로베이스 발언이나 사회 분위기가 과거와는 달라진 만큼 일단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지원을 넘어서는 보상은 은행들도 사법당국의 판단이 우선이라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