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증권가에서 임원 등 고위관리자가 늘어나는 사이 신규 채용은 위축됐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인사 적체와 저연차 직원의 업무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 및 각사 영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에서 임원과 관리자급 비중이 늘어나면서 역피라미드 형태의 인력 구조가 심화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주요 대형 증권사의 임원, 부장, 차장 등 중간 관리자의 비중은 60% 수준으로, 지난 2016년 말과 비교해 1.2%포인트가량 늘어났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의 임원과 간부의 비중은 각각 56%, 59%로 집계됐다. 두 증권사 모두 직전 연도와 비교해 임원과 간부 비중이 1%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대우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이후 임원 숫자가 종전의 2.5배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부장, 차장급 인력도 많이 늘어나면서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이 중간 관리자급 직원으로 인력 구조가 재편됐다.

인사 문제는 대내외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므로 각 사가 직급별 고용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내 대표 증권사 몇 곳의 인력 구조만 보더라도 역피라미드 구조가 심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최근 증권 업황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변동성이 높은 증권업의 특성상 호황기에 인력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 수년째 채용이 줄어드는 사이, 임원 등은 늘어났다.

이에 더해 타업권의 증권가 3~5년 차 경력직 수요는 높아지며 벤처캐피탈, 스타트업 등으로 저연차 직원들의 이탈이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관리자급의 비중이 커지고 저연차 실무 인력의 업무 부담이 과중해졌다고 지적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과 맞물려 신규 인력 수요 확대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면서도 "업계 트렌드가 지점 통폐합, 핀테크 강화 등으로 나아가는 상황이어서 구조적으로 인력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인사 적체가 당분간 해소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과감한 규제 완화 등으로 업계 전반이 적극적으로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게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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