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지난달 검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면서 한숨을 돌렸던 황창규 KT 회장이 이번에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복병을 만났다. 현역 국회의원 3분의 1가량에 뇌물을 준 정황이 드러나며 시민단체와 새노조가 검찰에 공정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새노조와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전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황창규 회장을 즉각 구속하고, 불법 자금을 수수한 국회의원 전원을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황 회장으로부터 자금을 수수하고 반환하지 않은 협의로 국회의원 84명에 대해서 검찰에 고발한 셈이다. KT가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뇌물을 건넨 시가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KT와 관련된 사안을 처리하는 상임위원회에 속해있는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이 집중됐다. 후원금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후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이뤄졌고, 총 4억4천190만원이 정치 후원금으로 사용됐다.

더욱이 당시 KT가 후원금을 건넨 시기는 신규가입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있었던 때와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무위원회에서는 KT가 대주주로 있는 K뱅크의 은행법 개정논의를 활발히 하고 있었다.

KT로부터 후원금을 직간접적으로 건네받은 국회의원은 19대와 20대를 합쳐 총 99명(후보자 2명 포함)으로 전체 국회의원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부 의원은 후원받은 금액을 일부 또는 전액 반환하기도 했다.

KT로부터 1천만원 이상 후원금을 받은 의원도 권성동(1천500만원), 유의동(1천400만원) 의원 등 총 8명 이상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경찰이 활발하게 수사했으나 지난달 황창규 회장은 구속을 피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0일 황 회장 등 KT 경영진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수사 주체인 경찰에 보완 수사를 지휘했다. 혐의 소명을 위해서 불법자금이 건네진 것으로 경찰이 밝혀낸 수수자측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 만큼 영장을 청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기각 사유를 검토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서는 황창규 회장에 대한 수사가 현직 국회의원들의 뇌물건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검찰이 수사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T 새노조와 시민단체가 황 회장과 함께 국회의원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다.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 차례 고비를 넘겼음에도 앞으로 수사종결이 완전히 확정될 때까지는 황창규 회장의 운신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로 KT 새노조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이 다수의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건넨 것은 규모로 봤을 때 처음 있는 일로 보인다"면서 "검찰의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져 황창규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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