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오는 27일 출범 1주년을 맞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선 그간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금융권에 '메기 효과'를 일으켰다는 긍정적인 분석부터 중금리 대출 활성화, 핀테크 산업 육성 등 설립 목표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다는 진단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출범 1년 만에 계좌 개설 고객 600만 명, 체크카드 보유 고객 490만 명을 달성했다.

지난 15일 기준 수신금액과 여신금액은 각각 8조5천186억 원, 6조9천4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편리한 서비스와 실질적인 가격 혜택이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계좌 개설 시간을 약 7분으로 줄였고, 공인인증서 없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아울러 금융자동화기기(ATM) 수수료와 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여수신 상품의 금리 혜택을 높인 것도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복잡했던 해외송금 수수료 역시 한 가지 수수료 체계로 단순화했다.

100% 모바일 신청이 가능한 전월세보증금 대출, '짠테크'(짠돌이+재테크)를 즐기는 젊은층을 겨냥한 26주 적금 등도 카카오뱅크의 콘셉트를 잘 보여준 성공작으로 꼽힌다.

이용자들의 편익 향상 외에 금융권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카카오뱅크 돌풍 이후 기존 은행들이 잇달아 비대면 채널과 디지털 부문 강화에 나선 것은 메기 효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지난 11일 국회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는 지난 1년간 은행 산업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라며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지난 1년간 성과가 설립 당시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과 함께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 핀테크 산업 육성 등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고신용자 위주의 저금리 대출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가계신용대출 차주 중 고신용(1~3등급) 비중은 96.1%에 달했다. 이는 국내 은행의 고신용 차주 비중인 84.8%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통계에서 빠진 서울보증보험 제휴 대출까지 포함하면 수치가 달라진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가 자체 집계한 4등급 이하 중금리 대출 고객 비중은 39%에 이른다.

카카오뱅크의 금융 서비스들이 이용자들의 편의성 확대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핀테크 산업 육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다양한 빅데이터를 조합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개인신용평가회사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초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이후 지금까지는 핀테크 기술의 활용보다는 비대면 계좌 개설과 일부 수수료 인하 효과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핀테크 산업 발전이 아닌 일반은행을 늘린 효과만 있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출범 초기부터 반복되고 있는 전산 오류 역시 카카오뱅크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모바일 채널로만 모든 업무가 이뤄지는 은행인 만큼 이용자들에게는 다른 은행에 비해 시스템 안정화가 더 큰 이슈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올해 2월과 4월 두 차례 모바일 앱 접속 장애를 비롯해 크고 작은 오류로 불편을 겪었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오는 26일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 지난 1년간 성과와 향후 사업 방향 및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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