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즉 중국에서 수입하는 사실상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음에도 중국 정부나 언론이 이례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발언했지만, 중국 상무부나 외교부는 어떤 성명도 내놓지 않았다.

당국은 물론 관영통신사인 신화통신부터 글로벌 타임즈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도 5천억달러 관세 위협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22일 논평을 통해 미국에 낭떠러지에서 말 고삐를 돌리라고 강력히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5천억달러 관세 위협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같은 중국의 침묵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었지만, 과거에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는 훨씬 단호하게 대응했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6월 15일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때 중국 상무부는 현지시간 새벽 1시30분에 곧바로 보복 조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관세를 부과할 미국산 제품의 세부목록도 포함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천억달러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언급했을 때도 중국은 '양적이고 질적인' 대응 조치를 천명했다.

ING은행의 아이리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엄포(bluffing)를 놓는 것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5천억달러 관세 위협이 새로운 것이 아닌 데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과 관련한 비판이 거세지자 여기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팡 이코노미스트는 "명확한 관세 발효 시기가 발표되지 않는다면 이는 (중국에) 어떤 우려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CMP는 중국이 이전에 발표한 성명에 따로 추가할 내용이 없으므로 별다른 반박이 나오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규모가 5천억달러에 이르지만 중국은 미국에서 1천300억달러어치의 제품을 지난해 수입했다. 관세가 아닌 다른 조치로 보복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위협 말고도 최근 위안화 절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유럽연합(EU), 여타 국가들이 환율을 조작하고 금리를 낮추는 사이 미국은 금리를 올리면서 달러화가 매일 매일 강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의 경쟁 우위를 앗아가고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공정한 경쟁의 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주장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팡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위안화 절하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시장의 반응이지 중국의 '양적인' 반격의 형태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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