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금융감독당국의 금융권 희망퇴직 권고에 금융투자업계와 유관기관이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에서 비롯된 희망퇴직 권고가 은행권을 넘어 증권업계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23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감독당국과 은행권의 희망퇴직 여건이 갖춰질지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일시에 대규모로 시행하는 희망퇴직은 가이드라인이 확실해지면 인력구조를 바꾸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 방향이나 은행권 여건이 성숙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2016년 9월 이후 명예준정년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임금피크제 기간인 55세부터 59세의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을 채우지 않더라도 잔여임금을 받고 미리 퇴직할 수 있도록 한 상시퇴직제도다.

잔여임금은 90% 정도 받게되며, 연봉 수준을 고려한 잔여임금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상한을 둔다.

퇴직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셈이지만 아직 실효성은 별로 없다.

50세 이상의 시니어 직원이 많은 거래소의 경우 이 제도를 이용하기보다 임금피크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거래소 내부에서는 시니어 직원들이 일찍 은퇴하기를 부추기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의 인사 적체는 과거 1980년대 거래소가 전산화되지 않았을 때 셈이 빠른 상고 출신 직원들을 많이 뽑은 영향이 크다고 거래소는 설명했다.

하지만 인력 관리의 실패를 이들 직원에 지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사실상 인력관리에 실패한 건데 잔여임금을 다 줘서라도 내보내려는 건 과도한 처사"라며 "이렇게 해서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고, 직원을 많이 뽑는다 해도 인사 적체는 나중에 또 생길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니어 직원들이 같이 일할지, 엑시트하게 해줄지 결정하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망퇴직을 제외하더라도 시니어 인력의 관리를 위한 정책 마련은 시급한 실정이다.

일각에서 시니어 복지를 담당할 별도의 조직을 꾸리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지금이 인사 적체의 피크일 것"이라며 "1980년대에 대규모로 뽑은 직원들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은 상태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상태에서 승진을 포기한 인원이 200명에 달하면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리가 없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