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연합(EU)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EU와 다른 나라들이 그들의 통화를 조작하고 금리를 더 낮추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환율조작을 다시 언급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위안화 가치가 1여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것과 때를 같이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규모 무역관세를 언급하면서도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이라는 단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올해 상반기 위안화가 오름세를 보이다 지난 4월 이후 흐름이 반전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위안화는 지난 4월 초 이후 7.8%가량 절하돼 올 초 절상분을 모두 되돌렸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에 하루 만에 0.90%가량 절하해 환율전쟁 우려를 촉발했다.

엑스안티 데이터의 옌스 노드빅 최고경영자(CEO)는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한동안 무역전쟁이 진행된 가운데, 이제는 '환율로 그것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략가들은 인민은행이 의도적으로 환율을 절하할 의도는 보이지 않고 있으나 하락을 방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드빅은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이 분명 의도적으로 보인다"라며 "이렇게 빠른 환율 움직임은 관세를 무력화한다. 그런 관점에서 트럼프가 이를 달가워하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교역 파트너들이 통화 환경을 완화적으로 만들어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위안화는 빠르게 떨어지는 반면 달러화는 올라 미국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발언에 달러화는 하락 전환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ICE 달러지수는 20일 0.78% 급락했다.

환율전쟁 우려는 스티믄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위안화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환율조작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더욱 증폭됐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약세가 불공평한 이익을 만들어낸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며 "우리는 그들이 환율을 조작해왔는지를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오는 10월 중순 발표될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재무부가 중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재무부는 지난 4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해 극단으로 치닫던 양국의 통상협상이 진정된 바 있다.

하지만 또다시 양국이 환율카드로 서로를 압박한다면 미·중 무역갈등은 더욱 극한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 5천억 달러어치 전체에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해 중국을 추가로 압박했다.

IHS 마킷은 라지브 비스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FP에 "미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하락은 미국이 계획한 관세로부터 중국 수출업체가 받을 충격을 크게 완충해줄 것"이라며 무역전쟁이 계속될수록 중국은 위안화가 절하되도록 내버려둘 것으로 전망했다.

악시 트레이더의 그렉 맥케나 수석 시장 전략가는 미 달러가 계속 하락할 것이라며 "환율이 이제 무역전쟁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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