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환율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전문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 개막과 함께 가장 우려한 시나리오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노이즈인 트럼프 미 대통령의 원맨쇼는 지난 주말에도 계속되는 등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동맹인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이자율(기준금리)을 낮게 유지해 통화약세를 유도하는 등 미국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해서도 총질을 멈추지 않았다. 기준금리를 그만 올리라고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등 트럼프는 중앙은행의 독립성도 무시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취임 초기 우려됐던 미국판 '척하면 척'이 가시화된 셈이다.

◇ 트럼프 환율전쟁 전략은 트위터 통한 원맨쇼

환율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를 자극한 건 중국이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트럼프의 잇따른 경고 속에도 위안화 기준환율을 지난 3개월간 8% 가량 절하시켰다.

중국은 트럼프의 화끈한 무력 시위에도 슬금슬금 위안화를 절하시키는 이른바 인해전술식 환율정책으로 대응했다.

성마른 트럼프는 즉각 반응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을 통해 그동안 아껴뒀던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최근 지속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약세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환율이 조작됐는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약세에 대한 검토가 환율 조작여부에 대한 미 재무부의 반기 보고서의 일환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제로금리 수준인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었다. 트럼프는 오는 26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ECB를 상대로 금리를 낮게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China, the European Union and others have been manipulating their currencies and interest rates lower). ECB가 이번 회의에서는정책 금리를 동결하겠지만 트럼프의 거친 입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트럼프가 동맹인 EU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인 압박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CB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시사점 등을 제공해 최소한의 성의를 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 트럼프의 미국판 '척하면 척' 결과 주목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과 EU를 비난했던 같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있고, 달러는 매일 더 강해지고 있다(while the U.S. is raising rates while the dollars gets stronger and stronger with each passing day)"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현시점에서 타이트닝(통화 긴축)은 우리가 한 모든 것을 해치고 있다"면서 연준에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는 미국 증시의 빅랠리를 자신이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을 시현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자신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인 주가 상승을 기준금리 인상으로 제한하려는 제롬 파월의 연준이 탐탁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경제학자 출신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취임 당시부터 우려됐던 미국판 '척하면 척'이 가시화됐다. 척하면 척에서 '척'은 그럴듯하게 꾸미는 태도나 모양을 일컫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척하면 척'이라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기준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파월 의장은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다. 프린스턴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에서 로스쿨을 마친 후 변호사가 됐다. 칼라일 그룹에서 8년간 파트너로 지내는 등 월가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쌓아온 금융전문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 중반 연준에 합류했지만 연준을 이끌기에는 전임자들에 비해 거시 경제 전문가로서의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임 재닛 옐런의 연임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며 연준 의장 발탁을 위해 가장 중요시한 덕목은 충성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경제학자 등용 카드를 버리고 제롬 파월을 선택한 것도 학문적 배경보다는 민간 경험을 중시한 결과다. 월가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월가 출신인 파월을 강하게 지지했다. 그만큼 파월의 독립적인 행보가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난 2월5일자 <배수연의 전망대> 제롬파월의 연준과 '척하면 척' 참고)

파월이 박근혜 정권의 한은 금통위와 달리 '척하면 척'의 신세를 면할 수 있을지가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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