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국내 통신사들이 새 요금제를 들고 나왔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요금제 자체가 '모 아니면 도' 격으로 초고가 상품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새로 선보인 T플랜은 최소 3만3천원인 스몰 요금제를 선택하면 1.2기가바이트(GB), 미디엄(5만원)으로는 4GB을 쓸 수 있다. 6만9천원인 라지를 선택하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량이 100GB로 훌쩍 뛴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까지가 1인에 적합한 요금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보다 상위 요금제인 패밀리와 인피니티는 각각 7만9천원과 10만원으로 150GB와 무제한 데이터를 쓸 수 있어 개인이 혼자 다 쓰기에는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 역시 데이터 소비가 많은 개인은 100GB 정도라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요금제를 이처럼 구성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8만원대의 '데이터 온'과 '무제한 요금제'로 100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세부 사안을 뜯어보면 통신사 별로 서비스는 다르다.

SK텔레콤의 경우 라지 요금제 선택시 태블릿 PC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량이 15GB에 그쳐 다른 통신사들보다 현저히 적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비슷한 금액대의 데이터스페셜 A 요금제를 사용하면 '데이터 쉐어링'을 통해 최대 2대까지 무료로 등록해 데이터를 나눠쓸 수 있다. 이 요금제는 월 11GB에 최대 3Mbps 속도로 기본 제공량 소진 후에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

KT는 데이터 온 비디오 요금제로 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스마트기기도 별도의 요금 납부 없이 스마트폰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또 통신사와 관계없이 100GB를 모두 소진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5월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가입자 1명당 데이터 사용량은 지난 4월 7GB를 처음 돌파했다. 100GB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2G, 3G, 4G를 모두 합쳐도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5.48GB에 그쳤다.

단순 계산하면 4인 가족이더라도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2GB 정도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100GB짜리 요금제를 사용하고 이를 가족들과 나눠도 충분한데, 가족 간의 데이터 주고받기도 완전 자유롭지 않다. 가족들하고 나눠 쓰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고가의 요금제를 써야 한다.

SK텔레콤의 경우 남는 데이터를 테더링해서 태블릿 등과 연계해 쓰려고 해도 20GB로 한정된다. 즉, 패밀리 요금제를 선택하면 가족들이 쓰는 데이터 25GB에, 태블릿으로 쓸 수 있는 최대치를 쓴다고 해도 100GB 이상이 잉여가 된다.

다른 통신사들 역시 8만원이 넘는 고가 요금제에 가족 간 공유량, 공유 횟수에 제한을 둬서 소비자 편의는 오히려 악화됐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100GB 라지 요금제는 가족 공유조차 되지 않고 다른 태블릿 등으로 공유도 제한된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며 "결국 스마트폰으로만 데이터를 많이 쓰는 극소수 고객에게만 최적이다"고 꼬집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실제 고객들의 가입 현황을 보면 가족 간 데이터 공유를 큰 혜택으로 느끼고 가입하고 있다"며 "가족 구성원 한 사람이 패밀리를 쓰고 나머지 가족은 스몰 요금제를 쓰도록 추천하는 이동통신사는 SK텔레콤뿐이다"고 설명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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