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글로벌 투자자금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중앙은행이 긴축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일본은행만이 세계에서 몇 안되는 자금 공급처였기 때문이다.

신문은 실제 일본은행이 이달 말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정책을 수정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은행 행보에 대한 관심이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행 금융완화 정책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차기 회의까지 검토한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BOJ 완화 수정 관측, 美 증시에도 영향 주나

우선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 관측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닛케이225 지수는 장중 300포인트 넘게 밀린 데 이어 미국 주가지수선물도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관세 부과를 발동한 이달 6일부터 20일까지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 달러 환산 닛케이 지수는 3% 전후로 상승했다. 달러-엔 환율은 110엔대에서 한때 113엔대로 상승(엔화 약세)했다.

신문은 미국이 무역전쟁에 돌입해도 감세 효과로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에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뒷받침한 것은 저금리의 엔화라는 분석이다.

SMBC닛코증권은 이달 중순 보고서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을 사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이미 고수준인 미국 주식의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신문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는 관측은 엔화 강세를 통한 포지션 되감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 "차기 회의까지 완화 수정 검토할 수도"

그렇다면 실제 일본은행은 이달 30~31일 금융정책결정 회의에서 금융정책을 수정할 것인가. BNP파리바증권은 이에 대해 네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첫 번째는 엔화 강세 리스크를 고려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트럼프가 달러 강세에 불만을 표시하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섣불리 움직이면 엔화 강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금융기관 수익성 악화 등 부작용을 고려해 금융완화 정책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시책을 다음 번 회의까지 검토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장기 금리 인상이나 목표 범위 확대 등에 대한 관측이 확산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0.1%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BNP파리바는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다.

세 번째는 현재 '0% 정도'의 장기 금리 목표치를 유지하되 채권 시장을 배려해 유연화 문구를 추가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시장 참가자들은 장기 금리 목표 범위의 상단이 어딘지를 탐색할 것으로 보이며, 일본은행의 지정가 무제한 매입을 통해 해당 선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일본은행이 장기 금리 목표치를 인상하는 것이다.

신문은 물가가 예상만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엔화 강세를 초래할 수 있는 일본은행 정책 변경을 생각하기 어렵다면서도 금융중개 기능이 손상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은행과 투자자들이 시장 움직임에 민감해지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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