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지금이 지난 9년간 동결한 미국 연방정부의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 적기라는 진단이 나왔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크리스 루 전 미 노동부 부장관은 CNBC에 기고한 칼럼에서, 지난해 말 발효된 공화당의 세제개편에도 단지 4%의 미국 노동자만 임금이 인상됐다며 연방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전체 노동자들을 돕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루는 지난 1년간 월간 일자리 증가가 평균 20만 명에 달하고, 실업률이 4% 밑으로 내리는 등 미 경제는 지금 활황세에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이 타이트해지는 데도 임금 상승률은 부진하다며 물가 상승률이 2.9%에 달하는 데도 임금 상승률이 2.7%에 그치는 것은 많은 미국 노동자들의 체감 임금 상승률을 보잘것없게 한다고 루는 강조했다.

주거 비용, 건강 의료 비용, 휘발윳값 등 물가가 높아지는 만큼 임금은 안 오르기 때문이다.

루는 이번주는 2009년 7월 24일 마지막으로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로 인상했던 9번째 기념일이 있었다며 최저임금은 1938년 연방 차원의 기준이 처음으로 제정된 후 총 28번 인상됐다고 전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 시절 노동부에 근무하던 자신의 사무실에는 최저임금을 75센트로 올린 것을 홍보하는 1950년대의 포스터가 있었다며 당시의 75센트는 오늘날 7.25달러보다는 훨씬 많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의 구매력은 이미 1960년대 말에 정점을 찍은 후 내려섰으며, 현재 수준은 전일제 노동자가 일 년에 단지 1만5천80달러를 버는 수준에 그친다고 루는 지적했다.

낮은 최저임금은 소득 불평등을 키우느느 데다 정부 보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소비도 줄이는 등의 역효과를 낸다.

다만, 연방정부가 나서지 않는 동안 많은 주와 지역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다.

현재까지 29개 주와 워싱턴DC 지역이 연방 수준보다 더 높게 최저임금을 높였으며 이달 초에는 7개 주와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같은 7개 대도시가 임금 상승 대열에 참여했다.

그런데도 주로 미국 남부의 많은 곳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조금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루는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기업에 현금이 넘쳐났다며 이런 때 만큼 연방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좋은 시점이 없다고 강조했다.

높은 임금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오래된 유언비어는 최저임금을 높인 많은 주에서 고용률이 높아지는 증거로 설득력을 잃었다며 미전역의 고용주들도 높은 임금이 최종적으로 좋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루는 주장했다.

그는 한 예로 뉴햄프셔주에서 유기농 화장품을 만드는 배저라는 회사는 연방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고 여긴다며 현재 100명의 직원을 거느린 이 회사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5달러라고 소개했다.

또 메릴랜드주의 BA 오토케어 회사의 오너인 브라이언 잉글랜드도 주당 15달러로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을 지지한다며 높은 임금과 수당이 직원들을 더 생산적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는 이들 두 회사는 최저임금 인상을 옹호하는 그룹에 참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는 이런 기업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또 다른 세제개편을 통한 낙수효과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공화당은 1조5천억 달러 규모의 감세가 미국 가정에 평균 4천 달러의 소득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약속했다며 그러나 현실은 단지 4%의 노동자만이 임금이 오르는 등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 노동자는 영구적인 임금 인상 대산 일회성 보너스를 받았으며 미 기업들은 직원들 임금을 올려준 것보다 자사주 매입에 88배나 더 많은 현금을 썼다고 설명했다.

루는 연방 최저임금 상승은 수백만 노동자들을 돕고, 임금 인상에 나섰던 많은 기업에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주는 훨씬 더 효과적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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