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미국이 초래한 무역 전쟁이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미 원유 산업의 노력을 헛되게 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저널은 최근 중국은 수백만 배럴의 미국 셰일유를 사들였다며 규모 면에서 캐나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2년 동안 미국 원유 수요를 200배 늘렸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수출 원유의 5분의 1을 샀다.

이는 미국 원유 수출업자들을 무역 전쟁에 취약하게 만든 결과를 낳고 있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그림 설명 : 미국산 원유를 수입한 상위 9개 국가의 2016~2017년의 수입량 변화. 출처 : WSJ>



현재 미국산 원유는 중국이 관세 대상으로 밝힌 545개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무역 전쟁이 심각해지면 관세가 부과될 114개 품목 명단에는 들어가 있다.

컨설팅회사 우드 매킨지의 수레쉬 시바난담 아시아 정유 선임 매니저는 "미국 관점에서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지만, 중국에 미국산 수입량은 전체의 3%에 그친다"며 "미국이 중국보다 잃을 게 더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15년 정부가 원유 수입 금지를 해제하면서 중국으로 원유 수입을 급격히 늘렸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상당한 규모를 수출했다.







<그림 설명 : 미국의 중국으로 원유 수출량 추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정유사들은 주로 러시아와 중동산 원유를 정제했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산을 다루면서 다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배경은 간단하다. 미국산 원유는 북해 브렌트유보다 싸다.







<그림 설명 :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브렌트유보다 저평가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2년 전,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을 늘릴 때 원유 수요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과 항공기 운항의 증가로 중국의 원유 수요는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림 설명 : 첫 번째 그래프는 중국의 SUV 차량 판매 추이, 두 번째는 중국의 민간 항공기 승객 추이>



중국의 원유 수입은 지난 1월 2억9천80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초에 세계 최대 수입국이었던 미국을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은 현재 원유 수요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수입 의존도가 2040년에 80%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림 설명 : 중국(빨강)과 미국(회색)의 월간 원유 수입량 추이>



중국이 자국에서 원유 생산을 못 늘리는 것은 유전이 노후화된 데다 생산 가능한 셰일 유정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저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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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 중국의 전년 대비 원유 생산 변화율 추이>



저널은 앞으로 미국 원유 생산업자들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 같다며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늘린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최근 중국의 주요 원유 수입국으로 부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미국산 원유에 중국발 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 수출업자들은 중국에 닦아놓은 거래처를 잃고, 더 작은 데다 흩어져 있는 해외 구매자들을 찾아야만 한다.

CME 그룹의 에릭 놀랜드 선임 경제학자는 "무역의 이상적이지 않은 거래 방식은 어느 소비자에게도 좋지 않다"며 "장벽이 높아지기 시작할수록 비효율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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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 미국산 원유를 많이 사 간 상위 9개국의 2017년 수입량>



저널은 중국의 미국산 원유의 수입 감소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미국이 받는 혜택도 박탈한다며 이는 외교정책, 국방 협력, 내부 혁신 같은 기회 이익을 잃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널은 다만 중국의 원유 갈증은 지속할 것 같다며 분석가들은 중국의 수요가 아직 절정에 도달하지 않았고, 최소한 몇십 년은 지속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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