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이재헌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을 둔 설전이 점입가경이다. 박 시장이 개발이 당장 본격화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용산과 여의도 일대 집값은 누가 빨리 오르는지 대결을 벌이는 모습이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2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 서울 용산구의 집값은 한 주 만에 0.26% 상승했다.

서울·수도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0.11%)의 두 배를 넘는다.





<7월 4주 서울·수도권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자료: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값 상승에서 용산구의 뒤를 이은 서울 내 자치구는 은평구(0.24%)와 영등포구(0.23%)다. 한강 이북에서는 용산구, 한강 이남에서는 영등포구가 아파트 매수세가 가장 강한 지역이다.

지난주에는 서울 내에서 영등포구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0.24%로 가장 강했다. 은평구는 전주에도 2위였고 다음은 0.20%의 용산구가 차지했다. 한 주씩 용산구와 영등포구가 순위를 바꿔가며 속도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배경에는 박원순 시장이 내놓은 여의도와 용산 개발 청사진이 있다.

그는 지난 10일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하고자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국제 금융중심지로 개발하는 '여의도 마스터플랜'과 함께 아파트 재건축을 시사했다. 여의도를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용산역은 서울역까지 지하화해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와 쇼핑센터가 들이고 각종 광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주택시장 안정화가 목표인 국토교통부의 수장 김현미 장관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대규모 개발 계획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업이 좌초됐을 때 파급력도 크다"며 "도시계획이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 하에 이뤄져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못 박았다.

여의도와 용산이 다른 지역보다 부동산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개발 예고에 따른 부동산시장 과열을 우려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여의도·용산에 종합적 도시계획이 필요하고 권한은 전적으로 서울시장에 있다고 맞받아쳤다. 서울시와 국토부 모두 원활한 협력상태를 내세우지만, 최근 표준지 공시지가 결정권 논란까지 불거졌다.

두 기관의 정책이 끼치는 집값 방향성이 다른 만큼 시장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문제는 이러는 사이에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나면 용산과 여의도의 가파른 집값 상승세는 누그러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엇박자를 보이는데,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효과를 보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찬물을 끼얹은 측면이 있다"며 "현재 용산·여의도의 집값은 매도자가 끌어올리고 급하게 오른 가격부담에 매수자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조율·확정하지 않았다는 부담감에 금리, 입주물량 등을 고려하면 계속 가격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