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칼럼> 환율전쟁 가능할까
<이성규 칼럼> 환율전쟁 가능할까
  • 이성규 기자
  • 승인 2018.07.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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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일단락되지 않으면 결국 환율전쟁으로 확전될 것이라는 분석이 시장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 속에는 글로벌 경제가 후퇴할 것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담고 있지만, 환율전쟁이라는 공포를 트레이딩에 이용하려는 의도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면 환율전쟁은 정말 일어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100%라는 것은 있을 수 없겠지만, 환율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환율전쟁의 승자는 미국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결과가 뻔한 싸움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국제 무역 결제대금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달러. 이를 찍어내는 발권 국가인 미국과 환율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있을까. 특히 이 전쟁에 시동을 걸 순 있어도 승리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봐야 하는 게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경제 패권 미국으로부터 빼앗아 오려는 중국의 야심을 미국이 견제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시작됐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공산품이나 팔 땐 까진 용납했지만,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중국이 주도권(IT굴기)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 입장에선 이를 마냥 좌시하긴 어려웠을 것이고, 이러한 미국 주류층의 인식과 경계가 미·중 무역전쟁의 출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중국을 향해 거침없이 무역전쟁을 도발하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미국도 무역전쟁이 시작되면 농업 등 주요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겠지만, 달러라는 절대무기로 결국은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달러는 하루 전 세계에서 4조 달러 넘게 거래 되는 대체 불가 국제통화다. 이중 3조 달러는 무역 결제대금과 금융 거래 대금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물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마음먹고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다른 국가 통화를 달러 대비 강세로 방향을 바꿔버린다면 미국과 그 어떤 나라도 무역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중국이 미 국채를 팔겠다고 으름장을 놔도 금융시장만 민감하게 반응할 뿐 미국 주류 정치권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카드도 가지고 있다. 중국이 환율전쟁에 시동을 걸려고 하면 바로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카드로 중국의 예봉을 꺾으려 들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내 교역촉진법에 의해 1년간 양자협의를 갖고 그래도 시정이 되지 않으면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지원이 중단되고, 중국 기업은 미국 조달시장 입찰이 금지된다.

이렇게 될 경우 중국 경기는 어쩌면 장기 침체로 빠질 수도 있다. 중국이 미국과 환율전쟁을 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1970~80년대 일본은 마치 지금의 중국과 같았다. 당시 미국과 경제 패권 싸움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치던 일본은 달러라는 미국의 절대무기 앞에서 무너졌다.

미국은 엔화의 평가절상을 통해 미국에 투자한 거대 일본 자본에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 바로 1985년 '플라자 합의'다. 플라자 합의는 G5의 재무장관들이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도록 결의한 조치다.

말이 합의지 일본이 미국 앞에서 무릎을 꿇은 굴욕 경제외교로 기록되고 있다.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카운트다운은 바로 5년 전 플라자 합의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를 중국도 잘 알고 있다. 역사적 교훈까지 무시하면서 미국과 환율전쟁을 시작할 무모한 중국이 아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 역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지만, 환율전쟁으로 전선이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우리다. 무역전쟁이든 환율전쟁이든 대한민국은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지켜볼 수많은 없는 노릇이다. 환율은 금리 못지않게 모든 경제 주체에게 전방위로 영향력을 미치는 가격 변수다.

그래서 경제 부처와 중앙은행은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를 악용한 투기 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국가신용등급을 포함해 CDS 프리미엄이나 환율 변동성, 국제통화기금(IMF)의 위기 판단 지표, 외환보유액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 시 활용하는 지표들의 관리도 정부가 어느 때 보다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모두 달러가 부족해서 대한민국에 찾아온 위기라는 점 잊어서는 안 되겠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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