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서울시는 여의도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키우려고 하지만 정작 금융사들은 하나 둘 떠나고 있다. 반면 연기금들은 줄줄이 사옥 신축에 나서 여의도에 '연기금 타운'을 만들어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여의도에 국내외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여의도로 신규 창업 또는 이전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원한다.

여의도에서 국내 금융사가 5년 이내에 창업하거나 외국계 기업이 지점을 신설·이전한 경우, 사업용 설비 설치자금과 교육훈련자금, 신규고용자금 등이 지급된다.

서울시는 여의도를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만들려고 보조금 지원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 금융기관을 상대로 투자 유치 콘퍼런스도 여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노력에도 금융사들은 계속해서 여의도를 떠나고 있다. 대신증권은 여의도에서 올해 초 명동 신사옥으로 이전했고 미래에셋대우도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 후 중구 센터원 빌딩으로 옮겼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여의도 KTB빌딩에서 내년 서울숲 인근 성수동 신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이며,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도 종로구 경희궁길에 위치한 신사옥으로 옮길 예정이다.

금융사들이 여의도를 등지는 사이 연기금들은 여의도에 새 사옥을 지으면서 여의도의 새로운 '터줏대감'이 되고 있다.

연기금들은 오피스 빌딩을 지으면 우수한 입지를 지닌 대체투자 자산을 보유하게 될 뿐만 아니라, 사무실로 임대해 고정적인 임대 수익도 거둘 수 있어 적극적으로 재개발에 나서는 추세다.

교직원공제회는 여의도우체국 바로 옆에 교직원공제회관을 신축하고 있으며, 내년 새 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교직원공제회 신사옥은 지하 5층~지상 27층 총면적 약 8만3천㎡ 규모로 지어진다.

우정사업본부는 여의도우체국을 33층, 연면적 6만8천㎡ 규모 대형 오피스 빌딩으로 재건축한다. 오는 2020년 완공되는 신축 빌딩 일부는 우정사업본부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사무실로 임대한다.

사학연금도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사거리에 있는 사학연금 회관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사학연금은 여의도 회관을 40층 규모의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으로 재건축하는 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고 예산 심의가 진행 중이다.

여의도가 한국의 '월스트리트'로서 입지를 잃어가는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발달과 사회 투명성 강화로 정보 비대칭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여의도에서 멀어지면 금융 네트워크에서 소외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전국 어디에서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면서 여의도만의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경우 새로운 발상이 창의적인 금융 업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의도에서 종로구 북촌로 한옥마을로 본사를 옮긴 바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금융사들이 여의도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옅어진 듯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나 외국계 금융사들이 종로, 광화문 등 핵심권역(CBD) 지역에 몰리고, 삼성 금융사들이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금융사들의 입지가 다양화되는 추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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