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거부 결정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자살보험금 사태 때와 같이 보험사들을 압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면서도 약관 위반 등으로 제재가 가능한지와 국민검사청구권 등을 통한 검사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6일 삼성생명이 이사회 결정 이후 긴급회의 등을 통해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직 방향조차 잡지 못했다.

윤석헌 원장이 삼성생명 이사회 결정이 나온 26일부터 내달 1일까지 여름 휴가를 떠난 터라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구체적인 대응안 마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즉시연금과 관련해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윤 원장 복귀 후에야 방향이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보험금 때처럼 보험사들을 압박해 일괄지급하도록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때와는 다른 부문들을 찾아내 소송전 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할 수 있는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윤 원장이 즉시연금 이슈를 감독혁신 과제로 제시하고 일괄구제 방침을 강조한 만큼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회사와의 전쟁도 불가피하다고 외친 윤 원장의 첫 과제였던 만큼 삼성생명의 행동을 용인할 경우 시장에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

금감원은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과 관련 추가 민원이나 소송 건에 대해서도 최초 민원 건과 마찬가지로 준비금까지 모두 돌려줘야 한다는 기존 분쟁조정 결정을 고수할 방침이다. 물론 일괄구제 권고도 변함없다.

우선 즉시연금 피해자의 분쟁조정 신청을 독려하는 한편, 소비자보호를 위해 즉시연금 계약에 대해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 중단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3년간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금 청구 권한이 사라졌지만 올해 4월 금융위 설치법 개정에 따라 분조위에 분쟁조정이 신청된 경우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가 향후 소송전으로 번질 경우 1심까지는 최소 1년, 대법 판결까지는 2~3년 이상 걸릴 수 있는 만큼 보험금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차원이다.

윤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험사들이 분쟁조정에 동의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검사를 하는 등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차원에서의 검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등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즉시연금 계약자 200명 이상이 금감원에 삼성생명에 대한 직접 검사를 청구하면 금감원은 심의위원회에서 적정성을 검토해 검사에 돌입할 수 있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기초서류 위반, 약관위반 여부도 살펴볼 방침이다. 기초서류 준수의무 위반 시에는 연간 수입보험료의 50% 과징금 부과 등 보험업법상 제재가 가능한 사안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 원장이 금융혁신 방안 발표 이후 첫 번째 이슈가 즉시연금인 만큼 이번 문제는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다"면서 "한화·교보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의 결정을 지켜보고 신중히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