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B국민은행 노사가 초과 이익에 대한 성과 지급 방식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이달 조회사에서 이익 배분제를 재정비해 임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방아쇠를 당겼지만, 배분방식을 둘러싸고 노사의 생각은 다르다.

이익 배분제는 당초 목표한 것 보다 이익을 초과 달성하면 초과분에 대한 일정 비율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이나 주식 등으로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은행은 이익 배분제를 도입하고도 지난 10년 가까이 제대로 시행한 적이 없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는 내달 말부터 이익 배분제 시행과 관련한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다.

노사는 각자 외부 컨설팅 등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 경영진은 일단 초과 이익에 대해 자기자본이익률(ROE)에 비례해 배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수준과 배당비율, 시장금리 등을 고려해 ROE가 10% 수준을 넘으면 초과 이익을 나눠주는 게 핵심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기업들은 대부분 ROE를 기준으로 초과 이익 배분제를 실시한다"며 "외부 용역을 통해 마련한 방안을 노조 측에 제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노조는 매년 수립하는 수익 목표치를 넘을 경우 이익을 임직원들에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이 이미 이러한 기준에 따라 이익을 배분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해마다 목표치를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어 ROE 기준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익이 늘면 배당과 세금 지급 후 잉여금도 늘기 때문에 자본금 증가가 발생한다"며 "당기순익이 자본금 증가분만큼 발생하지 않으면 ROE를 유지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금융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시장환경에 따라 이익 변동성이 커 일정 수준의 ROE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이라며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왜 ROE를 기준으로 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민은행의 ROE는 11.29%이다. 사측의 방안대로라면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유지될 경우 임직원들은 초과 이익에 대한 공유가 가능하다.

다만, 국민은행의 ROE 추세가 꾸준하지 않다는 점에서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4.90%였고 2015년과 지난해의 경우도 4.94%와 4.17%에 머물렀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노조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며 "잉여금 등의 상황도 봐야 하고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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