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이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물가가 사실상 이미 2%를 넘었다는 견해를 재차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을 언급한 직후 나온 보고서라 더 의미가 크다는 게 채권시장의 진단이다.

한은은 30일 전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관리물가 현황 및 거시 경제적 파급 효과' 보고서에서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올해 2분기 소비자물가는 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규제하는 품목을 제외한 물가는 이미 2%를 넘었다는 의미다.

한은에 따르면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도 2%에 근접한 상황이다. 관리물가제외 근원인플레이션은 2분기 1.8%를 나타냈다. 근원물가가 2분기에 1.3%를 기록한 것과 꽤 차이가 난다.

한은은 지난 4월 경제전망 설명회 이후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물가가 2%에 근접한다고 수차례 언급했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서를 낸 것은 처음이다.

관리물가와 관련해 한은이 언급한 것은 몇 차례 되지 않는다. 2015년 7월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공공물가에 대해 언급했고, 이듬해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경직물가와 신축물가라는 개념을 주석으로 간단하게 넣었을 뿐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하반기에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여건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한은이 물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이 낮은 물가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고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기 위한 포섭이라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이주열 총재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잠재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도 목표 수준에 수렴하면 완화 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한은과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잠재성장률을 2.8~2.9%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은의 발목을 잡은 것은 물가였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1.5% 상승에 그쳤다. 근원물가는 1.2%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근원물가가 1%대 초반에 그치면서 수요측 물가압력이 낮다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시장참가자들은 한은의 이런 행보가 연내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익일 나올 7월 금통위의사록이 금리 인상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7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데다 고승범 위원도 매로 돌아섰는데도 채권시장은 금리 인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쪽에 쏠려있었다"며 "이주열 총재가 금리 인상 의지를 드러냈고 한은이 물가가 사실상 2%를 넘었다고 말한 것을 당장 금리 인상 시그널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금리 인상에 본격적으로 대비는 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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