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편전 지주사체제 전환하려는 기업 증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신규 지주사에 대해서만 규제를 강화할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신규 지주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기준이 상향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SK그룹과 롯데그룹 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들은 지주사 규제 강화로 타격을 입을 대기업집단으로 꼽혀왔다.

신규 지주사 규제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공정거래법 개편 전까지 지주사로 전환하려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공정거래법 특위 "신규 지주사만 규제 강화하는 방안에 다수 의견"

30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최종보고서'에서 지주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신규 설립·전환 지주사만 우선 적용하는 안에 다수 의견이 수렴됐다.

앞서 지난 6일 특위가 개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는 신규 설립·전환 지주사만 우선 적용하는 안과 모든 지주사에 적용하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안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하지만 최종보고서에서 신규 설립·전환 지주회사만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택하기로 했다. 모든 지주사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면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지분율 기준이 상향되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 이상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 2016년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등 3단계 출자가 허용된다. '지주사→자회사',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은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이다. '손자회사→증손회사' 지분율은 100%인 경우만 허용된다.

◇ 부담 줄어든 SK·롯데…공정거래법 개정전 '지주사 전환' 관심

이처럼 신규 지주사 규제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와 롯데에서는 "태풍이 비껴갔다"는 반응이 나온다. SK와 롯데는 지주사 규제가 강화되면 타격을 크게 입을 대기업으로 꼽혀왔다.

실제 SK그룹 지주사인 SK는 SK텔레콤 지분 25.2%를 들고 있다.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기준이 상장사 30% 이상(비상장사 50%)으로 바뀌면 SK는 SK텔레콤(상장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또 SK는 에스엠코어(상장사)와 SK건설(비상장사) 지분을 각각 26.7%, 44.5% 들고 있다. SK는 이 지분율을 각각 30%, 5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와 나노엔텍 지분율도 끌어올려야 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와 나노엔텍 지분을 각각 20.1%, 27.1%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상장사라서 지분율 30% 이상을 넘겨야 한다.

시장에서는 지주사 규제가 강화되면 SK그룹이 지분율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약 6조~7조원을 써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롯데도 사정이 비슷하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롯데제과 지분스와프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지분율을 11.5%에서 21.4%로, 롯데칠성음료 지분율을 18.3%에서 24.9%로 확대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롯데지주의 롯데푸드(상장사)와 롯데상사(비상장사) 지분율도 각각 22.1%, 41.4%다. 지주사 규제가 강화되면 롯데지주는 두 회사 지분을 추가 취득해야 한다.

신규 지주사 규제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정거래법 개편 전까지 지주사로 전환하려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규 지주사 규제가 강화되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증가한다"며 "이 때문에 공정거래법 개정을 피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며 '막차'를 타려는 기업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 제공>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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