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재분배 개선에 방점…EITC 대규모 확대



(세종=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경제 회복세가 둔화하고 체감경기는 악화해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서민 감세'에 나선다.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에 방점을 찍었던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저소득층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대폭 깎아줘 소득분배 구조가 추가로 악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30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18년 세법개정안'을 심의ㆍ의결해 확정했다.

이날 확정한 법인세법, 소득세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19개 세법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달 31일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 지원, 소득재분배 등에 중점을 두고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방점은 단연 소득재분배에 맞춰져 있다.

대규모 서민 감세를 통해 향후 5년간 2조5천300억 원 규모의 세수가 감소하는 만큼 정부의 목표가 무엇인지 잘 드러난다.

세수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고소득층과 대기업에서 7천9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는 대신에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는 3조3천200억 원의 세금을 깎아준다.

'고소득층ㆍ대기업 증세'와 '서민 감세'의 기조를 분명히 한 셈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가 작년처럼 크지는 않지만, 효과 면에서는 증세 효과가 있다"며 "전반적으로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증세보다는 감세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소득재분배를 위해 정부가 재정확대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조세지출을 강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서다.







정부가 내세운 서민 감세 정책의 대표격은 저소득층에 대한 근로장려금(EITC) 지급 대폭 확대다.

정부는 334만 가구에 총 3조8천억 원을 지원한다. 현재 166만 가구, 1조2천억 원 규모의 지원과 비교하면 지급대상은 2배, 지급 규모는 3배 이상이다.

1인당 30∼50만 원인 자녀장려금을 50∼70만 원 확대하는 것도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대표적인 조세지출 정책이다.

111만 가구가 약 9천억 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지원 확대에 따른 조세지출 효과만 4조7천억 원에 달한다.

두 개의 정책으로 5년간 줄어드는 세수만도 2조9천600억 원에 이른다. 향후 5년간 정부의 조세지출 가운데 93%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동연 부총리는 "소득분배 효과가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지표가 많아서 저소득층 소득지원과 소득분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을 많이 냈다"며 "EITC 등을 통해 상당한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 중인데, 사회안전망 강화와 소득분배를 개선할 수 있는 여러 사업을 같이 검토하고 있다"며 "시너지 효과를 통해 소득분배가 눈에 띄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한편, 정부는 부동산 세제 적정화를 위해 공시가액비율과 세율을 인상하는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고, 다주택자의 임대주택사업자 전환을 위해 2천만 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을 분리과세로 전환한다.

역외탈세를 방지하고자 개인이 100% 소유한 외국 법인의 해외금융계좌에 대해서도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해외부동산 처분 시에도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미신고 과태료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상호금융 예탁금ㆍ출자금에 대한 이자ㆍ배당소득 비과세를 조합원ㆍ회원에 한해 3년 연장하되, 준 조합원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저율 분리과세하기로 했다.

1만 원이 넘는 모바일 상품권에도 인지세를 부과하고, 모든 주가지수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매기기로 했다.

혁신성장 관련 시설 투자 자산에 대해 감가상각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가속상각을 적용하고, 신성장기술 연구개발 비용 세액공제 대상에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추가하는 등의 혁신성장 관련 지원 정책도 포함됐다.

발전용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는 1kg당 36원에서 46원으로 올리고, 친환경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제세부담금은 1kg당 91.4원에서 23원으로 내린다.

유연탄과 LNG의 제세부담금 비율은 1:2.5에서 2:1로 변경된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유연탄 사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소비위축 우려를 고려해 신용카드 등의 소득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1년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혜택'인 과세이연을 3년간 더 연장한다. 또 자회사 지분율이 높을수록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의 과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pisces738@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