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황윤정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증권사들이 삼성 측에 구상권 행사를 통해 관련 비용을 충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해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은 지난 2분기 중 삼성 측에 관련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고, 과징금을 모두 납부했다.

구상권이란 비용 발생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과징금의 납부 통지를 받은 경우, 해당 기관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정해진 수납기관에 납부해야 한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드러난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때다. 당시 1993년 금융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는 20개였다.

법제처가 지난 2월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과징금 원천징수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금융당국은 지난 4월 4개 증권사에 대해 총 34억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금감원은 이들 4개 증권사와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에 대해 실명제 시행 전에 개설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자산을 검사해 1993년 8월 12일 기준으로 61억8천만원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증권사별로 신한금융투자는 13개 계좌에 26억4천만원, 한국투자증권은 7개 계좌 22억원, 미래에셋대우는 3개 계좌 7억원, 삼성증권은 4개 계좌에 6억4천만원이 있었다.

금융실명법 부칙 제6조에 따르면 당시 금융자산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미납과징금의 10%가 가산금으로 산정된다.

차명계좌 잔액을 현재 가치로 평가하면 약 2천500억원에 달하지만, 과징금은 실명제 시행 당시인 1993년 8월 기준으로 부과된다.

차명계좌가 13개로 제일 많았던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14억5천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12억1천300만원의 과징금을,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3억5천만원, 3억8천50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했다.

실명제법상 과징금 부과는 증권사가 걷어서 국세청에 내는 원천징수 방식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먼저 과징금을 낸 뒤, 삼성과 이 회장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그룹 측에서 먼저 돈을 받아 과징금을 납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 측에서 먼저 비용을 지급했고, 이것으로 과징금을 납부했다"며 "차명계좌로 인한 증권사 과징금 논란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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