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은행계열 증권사가 은행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은행 출신이 부서장을 맡고 부서 명칭도 은행과 통일되는 등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은행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은행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첫째 주 후반 조직개편과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신한금융 계열사 간의 매트릭스 조직이 신설되고 기존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이 확대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금투와 은행의 협업 체제가 공고해지는 가운데, 은행 주요 인사들의 이동도 이어졌다. 이번 신설되는 글로벌 매트릭스 조직의 첫 사업부문장은 허영택 신한은행 글로벌사업 담당 부행장이 맡게 됐다. 허 부행장은 지주, 은행, 금투, 카드, 생명의 부문장 자리를 겸직하게 됐다.

또한, 기존 부장이 경쟁사로 이직하며 자리를 비우게 된 신한금투 투자자산전략부는 조재성 부서장이 신규 선임돼 은행과 금투를 통합 조직으로 이끌게 됐다. 최성준 부서장도 신설된 은행과 금투의 GIB(Group&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사업부문 사업부장에 임명됐다.

은행에 있던 직원행복센터가 금투에도 신설되는 등 조직 내에 드러나는 은행의 흔적은 더욱 짙어졌다. 직원행복센터는 직원들의 고충이나 복리후생, 급여 등 대직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신한은행의 빅데이터센터는 지난해 신설돼 올해 본부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금투에서도 빅데이터팀이 신설됐다. 기존 금투 내 시너지사업부도 은행과 지주의 방침에 따라 원(one)신한추진부로 명칭이 변경됐다. 리서치센터 등 일부 조직에서는 팀제가 세분되면서 은행처럼 조직의 피라미드 체계가 공고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형진 사장이 임명된 이후 신한금투에 불고 있는 변화에 주시하고 있다. 은행계 중 협업 루트를 가장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른 증권사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도 지난 5월 은행과의 통합 IB 조직을 하나금투 본사로 이전했다.

한 관계자는 "은행 출신 김 사장이 임명될 때부터 은행과 금투간 협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전임 강대석 사장 때도 이런 시도는 있었으나 더욱 강화되는 느낌"이라고 진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를 준비하는 일부 대형사와 신한, 하나 등 은행계열 증권사로 업계가 분화됐다"며 "은행계 증권사들은 대형사 대비 자본력이 열세에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계열사 간의 네트워크 강화와 협업 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금투 측은 "이번에 신설된 GIB사업부의 경우 이동환 부문장의 소속을 이례적으로 은행이 아닌 금투로 했고 부서장도 금투 출신"이라며 "협업 강화의 개념이지 은행화되는 부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투가 핵심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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