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중국 차이나 에너지 리저브 앤드 케미컬스(CERCG) 자산담보기업어음(ABCP)에 투자한 일부 금융회사들이 채권단을 구성한 것은 자금 회수 노력 과정에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관련 ABCP를 판매한 증권사들의 미온적인 태도와 금융당국의 방관적 입장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합인포맥스가 31일 오전 8시2분에 송고한 '"中 ABCP 손실 억울해"…현대차證 등 7개사 채권단 꾸려 공동대응' 기사 참조)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과 BNK투자증권, KB증권, KTB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부산은행, 하나은행은 CERCG가 보증한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1천645억원 규모의 ABCP 손실사태와 관련해 채권단을 구성하고 앞으로 채권 회수나 추심과 관련해 공동대응을 할 방침이다.

다만, 이들 7개 금융회사와 함께 ABCP에 투자했던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은 채권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은 CERCG 보증 ABCP를 사들였지만, 전액을 현대차증권이 되사가기로 구두계약을 맺었다며 이번 손실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ABCP를 유동화해 판매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이 자금 회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다 금융당국 또한 사태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있다며 채권단 차원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채권단은 한화투자증권이 CERCG측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지만, 이 증권사가 직접 해당 ABCP에 투자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자금 회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은 CERCG ABCP와 관련해 정밀한 분석 없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해 놓고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완전히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CERCG측과 연락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한화투자증권인데 CERCG측의 자구안을 기다린다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며 "채권단이 뭉쳐 공동의 입장을 전달하고 자금을 회수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어 채권단을 구성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은 자금 회수 노력을 위해 중국 CERCG측을 방문했지만, 자구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방침을 들은 것 외에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한화투자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전문가들 사이의 투자 판단에 기초해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해당 회사들의 자체 자금 회수를 독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이 투자한 자금 대부분은 신탁에 담긴 것으로 알려진 데다 자산운용사 펀드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불완전판매와 완전히 관련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은 다른 대형 증권사에서 내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던 이번 ABCP 판매 건을 가지고 와 며칠 만에 졸속으로 만들어 판매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한화투자증권이 어떠한 과정으로 상품을 만들었고 유통 과정 등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금융감독원이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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