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올해 증권업계 변화를 주도할 핵심 사업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등 대형 IB들이 줄줄이 인가에 난항을 겪으면서 '발행어음 3호'는 올해 안에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KB증권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내부 직원 횡령 문제로 인가 작업은 더 늦어지게 됐다.

KB증권은 내부 직원의 횡령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금융감독원에 신고했으며 금감원은 최근 검사를 진행했다. 제재 결과가 확정되는 데는 최대 몇 달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번 제재 건은 영업정지까지 갈 사안은 아니지만,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인만큼 금융당국이나 KB증권 모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가 기관주의나 기관경고를 받는 것은 새로운 사업을 진출하는 데 법상 결격사유가 되지 않는다. 최소한 지점 영업정지 이상의 제재를 받으면 인가 심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KB증권은 지난 2016년 현대증권 시절에도 불법 자전거래로 1개월간 랩어카운트 영업이 정지된 바 있어 올해 초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은행권의 극심한 반대에도 발행어음 사업을 펼칠 수 기회를 얻게 됐지만, 대주주에 대한 조사와 각종 사고 등으로 인가의 문턱도 제대로 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도 대주주 관련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당분간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대체적인 평가다. 대주주가 검찰 수사를 받거나 금융당국, 공정위 등의 조사를 받고 있을 때는 인가 심사가 중단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실질적인 대주주인 박현주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인가에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이 남아 있어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인가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 삼성증권은 또 최근 배당사고로 6개월 일부 영업정지를 받으면서 최소 앞으로 2년 6개월 동안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어려워졌다. 기관이 일부 영업정지 제재를 받으면 영업정지가 끝나는 날부터 2년 동안 인가에 제한을 받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최근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대주주가 형사 소송에 걸려 있거나 조사를 받는 경우, 혹은 기관이 영업정지를 받았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상당히 위중한 사안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당국이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사업을 활성화하고 싶어도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회사에 인가를 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발행어음 사업이 초반 단계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속도를 낼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증권사들이 현재 직면한 문제들이 나중에 사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여러 위험 요인들을 해소하고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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