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시중은행이 하반기에도 민간평가사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채권 발행을 이어가고 있어 그 이유에 시장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달부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강화됨에 따라 시중은행이 상반기에 은행채 발행을 서둘렀었는데, 하반기에도 은행채 발행이 공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시중은행이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전망에 선제로 반응하면서 은행채 발행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17일 연합인포맥스 일자별 신규종목 현황(화면번호 4204)에 따르면 지난주 은행채의 총 발행액은 2조5천500억 원이다. 이 중 시중은행채는 9천300억 원이 발행됐다.

올해 상반기 중 시중은행은 7조7천억 원 가량의 순발행에 나섰다. 금리 상승에 대한 선제 자금조달과 유동성 비율 규제를 맞추기 위한 목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반기에도 은행채 발행이 많이 줄어들지 않는 데다 발행 금리도 민간평가사 대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은행채 스프레드는 확대 조짐을 보인다.

은행채 발행이 이어지는 이유가 상반기와는 달라졌다는 게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인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시중은행의 LCR 비율은 평균 113%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까지 LCR을 100%에 맞추도록 했다. (지난 6월 23일 오전 10시 2분 송고된 <7월부터 강화되는 LCR…은행발 채권수급 '요동'> 제하의 기사 참고)

이달부터 LCR 규제가 강화되지만 시중은행이 그동안 고유동성 자산을 충분히 마련하면서 LCR 비율을 맞추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LCR 비율에 문제가 없음에도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이유에 시장참가자들은 향후 금리 전망을 꼽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 완화기조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올해 자산매입 축소에 나서는 등 유동성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축소는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오르기 전에 미리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김수연 KB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은행 대출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향후 전망을 보는 은행권의 스탠스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며 "중소기업의 대출 증가는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초를 바라보는 통화정책 스탠스와 시중금리 전망 등이 하반기 은행의 추가적인 자금 소요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와 관련한 은행과 기업의 선제적인 자금조달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진행될지가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채권중개인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은행채 발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발행이 민평 대비 높은 수준에서 계속 이어지면서 수급상 약세로 작용하고 있다"며 "발행이 많다 보니 연내 만기인 종목 외에는 모두 민평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가 형성되고 있고, 이것도 활발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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