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지난주 1,150원대에 위로 향할 것만 같았던 달러-원 환율이 불과 일주일 만에 1,120원대로 내려왔다.

예상보다 빠르게 원화 약세가 되돌려진 이유에 시장참가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의 근본 배경에는 중기적 흐름에서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깔렸다.

작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가파르게 절상됐던 달러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두드러진 바 있고, 원화의 경우에는 외국인 자금유입 등에 힘입어 강세 폭이 컸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해 기준 금리 인상 속도에 다소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달러 약세는 가속화 하는 양상이다.

더불어 유럽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돼, 유로화가 강해질 것이라는 진단은 달러의 추가 약세 재료로 꼽힌다.

17일 연합인포맥스 해외주요국 외환시세(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지난주 달러 인덱스(G10)는 95.096을 나타냈다.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달러 강세가 급하게 이뤄진 부분이 모두 해소됐다.

글로벌 달러는 올해 초 103.81에 고점을 찍고 꾸준하게 내렸다.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은 1,210원대에서 1,110원대까지 100원가량 밀렸다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우려로 1,150원대로 반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 발언 등으로 지난주에만 달러-원은 20원 하락해, 1,130원대로 마감했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 및 국민연금의 수급에 따라 바닥을 다졌음에도,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큰 줄기를 뒤로 한 채 상승 일변도로 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달러 약세는 지속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일단 미국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단단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재정정책 실현 가능성을 낮추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와 2.1%에서 각각 2.5%와 2.1%로 내렸다.

물가지표의 부진이 일시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확산하고 있다.

삼성선물은 고용시장 내 양적 회복과 임금 사이에 느슨해진 연결고리에는 노동수급 미스매치, 낮아진 생산성 문제 등 구조적 요인들이 상당 부분 잠재해있다고 판단했다.

최서영 삼성선물 이코노미스트는 "12월까지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둔할 경우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의 경기회복 모멘텀이 강해진 것도 달러 약세를 이끌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디플레이션의 위협은 사라졌으며 대신 리플레이션 압력이 있다"며 통화 긴축을 시사한 바 있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최근 유로가 강세로 가고 있는데 연초에 패리티(등가) 간다고 했던 것과 다른 양상"이라며 "그 영향으로 하반기 유로화 흐름에 따른 달러 매도가 나타나, 달러-원 환율의 롱 심리가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됐고 경기 회복세는 계속되겠지만, 낮은 물가 상승세로 ECB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이르다"며 "2분기에는 달러 약세가 가속화됐어도, 3분기 달러 약세 속도는 정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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