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1,100원대를 향해 하락 흐름을 보이는 데에는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고 있는 이유도 크다.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하고, 내수 회복이 더디다는 지적은 있지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경기 개선 신호는 뚜렷하다.

한국은행과 주요 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데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지속하면서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이러한 원화강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금리 인상과 함께 보유자산 축소를 통해 긴축의 끈을 조이고 있는 데다, 유럽까지 통화완화 정책을 거두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어 원화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통화 흐름에 큰 변화가 예상돼서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17일 "역외투자자들은 대부분 모멘텀 트레이더들이어서 분위기가 좋을 때 집중한 후 이내 포지션을 꺾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와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등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향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0.2%포인트 높이면서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축소한 데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700억 달러, 내년은 680억 달러로 제시했다. 종전 보다 각각 50억달러 줄였다.

B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경상수지 흑자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은 자본이 유입되고 있지만 자본수지 적자가 늘고, 경상수지 흑자 논리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점점 국내 외환시장이 수요 우위의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경상수지 외에도 유가 전망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 등도 아직 불확실성이 큰 부분이 많다"며 "달러-원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 자율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하고 있음에도 국민연금 등의 해외투자를 위한 달러 매수가 하단을 떠받치고 있는 것에 대해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경계하고 있다.

C은행의 다른 외환딜러는 "성장률 상향 조정과 국내 경제지표 호조가 당분간은 원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달러-원 환율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원화 강세 기대가 형성됐는데 1,120원대 후반 정도를 단기 저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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