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과 관련 최고경영자(CEO) 연속성 문제에 주목하고 나섰다.

김창수 전 사장은 이미 일괄구제의 불가피함을 인식하고 지급 의사를 밝혔는데 현성철 사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입장이 바뀌었다고 보고 CEO 교체와의 연관성도 살펴볼 방침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작년 1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만기 환급 재원으로 쌓은 책임준비금까지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한 뒤 3개월여 만인 지난 2월 2일 분조위 결정을 수용했다.

삼성생명이 분쟁을 제기한 강 모 씨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약 1천500만 원이었다.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김 전 사장은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건이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 때처럼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자문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은 금감원에 공문을 보내 '회사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며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이의제기 기간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괄지급시 미지급금 규모가 크다 보니 회사 경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금감원은 받아들였다.

국내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이 단 한 건의 분쟁, 1천500만 원 지급 여부를 두고 '회사의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다.

삼성생명에서 강 씨와 같은 사례는 5만5천 건, 약 4천300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삼성생명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있었던 김 전 사장은 즉시연금 문제가 후임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를 서둘러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삼성생명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현성철 사장으로 교체됐다.삼성생명은 현 사장이 선임되자 "분조위의 분쟁 1건에 대한 결정"이라며 일괄지급할 수 없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것은 강 모 씨에게만 지급하겠다는 것일 뿐 5만5천 명에게 모두 지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만약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게 일괄지급을 의미했다면 당시에도 이사회를 열어 지급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을 것"이라며 "이제 와서 금감원이 일괄구제 원칙을 들이대니 문제가 불거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애초 삼성생명이 공문을 통해 일괄지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는데도 대표이사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입장을 바꿔버리는 '대기업답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불쾌해 하는 눈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1천500만 원이 회사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두 달 넘게 고민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인지 되묻고 싶다"며 "삼성생명이 작년 11월 분조위 결정 이후 여러 번 해당 약관을 수정한 점도 이전 약관이 부실했다고 인정한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올 1~ 4월까지 판매한 상품 약관에는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제외하여 계산한 연금 월액'이라고 수정했고, 이후 '공시이율을 적용하여 산출방법서에 따라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제외하고 계산한 연금 월액'이라고 한 차례 더 상세히 고쳤다.

금감원은 구체적인 즉시연금 대응방안을 마련하면서 이 같은 CEO 연속성 부문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또 구체적인 현황 파악을 위해서는 현장검사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 결정 배경 등 현황 파악을 위해서는 검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보복성 검사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삼성생명만 검사할지, 생보사 전수조사에 나설지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일 뿐 시기 등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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