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주총회의 정족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됐던 섀도보팅(Shadow voting·그림자투표)의 폐지가 '임박'하면서, 기업들도 해결책 마련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섀도보팅이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남다른 개혁의지를 보이는 이번 정부에서 이 제도가 추가 유예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주식회사의 경우 이사·감사의 선임과 정관 변경 등 경영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주주총회를 통해 대부분 해결한다.

그러나 개인 주주가 다수인 회사의 경우 주주가 주총에 참석해 정족수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꾸준히 문제로 지목돼왔다.

섀도보팅 제도 또한 이같은 현실을 반영해 지난 1991년 처음 도입됐다.

섀도보팅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는 주주들의 의결권을 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제도로, 불참 주주들의 의결권은 주총의 찬반 비율을 적용해 행사된다. 상장기업들이 주총이 정족수 충족 등의 문제로 무산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섀도보팅이 대주주의 정족수 확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과, 주총을 형식화한다는 비난에 시달리면서 상황도 변했다.

지난 2013년 5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서는 섀도보팅 제도의 근거조항인 제314조(예탁증권 등의 권리행사) 제5항이 삭제됐다.

이에 섀도보팅 제도는 2015년 1월 1일을 끝으로 폐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말 업계의 강한 반발과 직면하면서 일몰기한이 3년 연장됐다.

기업들이 주총에서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를 진행하려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주주들의 참석이 부진할 경우 정족수를 맞추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었다.

또 보통결의 안건(출석주주의 과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에 대해서도 섀도보팅에 의존하는 회사가 많다는 점 등도 제도 존속을 주장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보통결의 안건인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의 경우 현행 상법에 따라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될 경우 대주주의 지분이 50%를 넘더라도 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수 있는 데다, 최악의 경우 해당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예정대로라면 섀도보팅 제도는 올해 말을 끝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유예기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대비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폐지 시점에 맞춰 섀도보팅 제도의 추가 유예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재차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기업들은 섀도보팅 폐지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주총 활성화를 위한 자발적인 방안 모색에 나서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위임장 제도나 전자투표,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제도를 활성화해 섀도보팅 제도의 공백을 채울 필요가 있다.

기업과 주주간의 의사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 한층 성숙된 기업 지배구조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법무법인 충정 박주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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